마시멜로의 역습, 유혹에 넘어간 아들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유혹하다]
유혹하다: 꾀어서 마음을 현혹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끌다.
맛있는 것을 엄마는 줘야겠고 나는 먹고 싶은, 갈등이 생기는 마음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아들에게 재미난 실험을 했다. (나만 신났지 아들 입장에서는 가혹한 시험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여느 때처럼 아들에게 줄 간식이 있어 카스타드를 챙겼었다. 아들에게 카스타드를 건네는 순간, 마시멜로 실험이 떠올랐다. 속으로 아들이 안 먹고 참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순전히 나의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된 실험이었다. 아들에게 카스타드를 주면서 유호야 이거 집에 갈 때까지 안 먹으면, 집에서 하나 더 줄 거야! 그럴 수 있어?라고 물어봤다.
아들은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자신 있게!
어!
자기 통제, 만족지연, 자기 조절력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다. 마시멜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오래 참는 아이일수록 그렇지 못한 아이에 비해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성공한 삶을 산다고 한다. 자신의 욕구를 지연시킬 수 있는 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던 아이를 성인 된 후 추적했을 때 학교나 가정에서의 평가가 좋았으며 대학 입학시험에 다른 또래보다 높은 성취를 보였다. 놀랍게도 더 많은 소득에 더 좋은 직장을 다녔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오늘부터 아이의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 열중해야겠지만)
이런 기대로 카스타드 실험을 한 것은 아니었다. 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먹을 수 있는 음식 앞에 먹고, 안 먹고 가 뭐가 중요하다고. 당장 먹어서 지금의 행복을 느낄 것인가! 아니면 조금만 참으면 더 먹을 수 있는 행복을 위해 인내할 것인가! 아들은 가혹한 시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하는 게 역력했다. 카스타드를 이리저리 만져가며 생각에 잠겼다. 유혹을 이기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빠 이거 엄마 줄 거야!" 최면을 거는 듯 혼잣말로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용케 안 먹고 버티는 아들의 모습에 애잔했다.
음~~ 좋은 냄새나는데!!!
아들이 유혹에 넘어가려고 한다. 자꾸 먹는 상상을 하는 것 같다. 유혹에서 이기지 못하면 피하면 되는데 아들은 방법을 몰랐다. 눈 앞에 보이니 자꾸 먹고 싶어 지고, 더 먹고 싶어 지고,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카스타드의 달콤한 냄새를 맡은 순간 아들은 이미 먹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두 번째 마시멜로 실험처럼 카스타드를 눈앞에서 치워버렸거나 카스타드와 상관없는 생각을 했으면 성공했을까? 아들에게 유혹에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참지 못하고 먹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빠 아빠 나 이거 지금 먹을래!!!
결국 아들은 먹고 말았다. 5분을 먹지 않고 참은 아들이 기특했다. 그래도 안 먹어보려고 노력은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을 해서 안 먹어보려고 했다. 안간힘 쓰는 아들 모습에 미안했지만 나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아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재촉했다. 나는 그런 아들에게 카스타드 봉지를 뜯어 주었다.
마시멜로 실험의 역습, 이 실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연구에 허점과 오류가 많은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스탠퍼드대 부설유치원에 다니는 대다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었다. 마시멜로 두 번째, 세 번째 실험으로 더욱 증명됐다. 씁쓸한 결과다. 전반적으로 더 나은 삶의 모습은 개인의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의지력 하나로 학업 성취에 거의 영향을 못 미쳤다. 오히려 교육적 지원할 수 있는 가정환경, 경제적인 배경이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다. 점점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시대에 사는 것은 아닐까.
마시멜로를 빨리 먹어치운 것이 아이의 의지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시멜로 세 번째 실험은 어른이 보여준 신뢰가 아이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줬다. 지시를 한 사람과 아이 간에 신뢰한 경험이 있느냐에 따라 아이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아이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나중에 돌아오면 하나를 더 주겠다’는 어른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불신은 참고 기다릴 동기를 낮춘다. 이 실험은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에서 신뢰가 중요한지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너는 왜 그렇게 참을성이 없느냐며 아이를 타박하기 전에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려고 아이와 그 주변을 살펴본다면 아이의 참을성을 길러 줄 수 있을 것 같다.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환경은 무엇인지, 유혹을 이기는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해주거나 함께 고민했었는지, 아이와 허투루 하는 때우기 식의 약속을 남발하지 않았는지 그 몇 번 마저도 지키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것이 부모가 할 일 같다. 내가 놓친 아들과의 약속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