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기쁨은 두배로 돌아온다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나누다]

by hohoi파파

나누다: 몫을 분배하여 주거나 갖다.

하나를 남기고 퇴근할 때까지 기다린 아들

엄마도 주고 싶은 마음

아들은 과일이면 사족을 못 쓴다. 세 살 때는 포도와 수박, 방울토마토를 좋아했다. 크면서 체리, 사과, 자두, 복숭아, 참외, 키위, 이제는 못 먹는 과일이 없다. 신 과일도 잘 먹는 아들이 신기할 정도다. (양파즙을 즐겨먹는 아재 입맛이다) 집에 과일을 사놓으면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하루에도 수십 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과일이 있는 날엔 냉장고가 뜨겁다. 냉장고 안에 숨어있는 과일을 어찌나 잘 찾는지 아들에 혀를 내두른다. 그런 아들이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나눠 먹기 시작했다.


할머니 우리 집에 자두랑 옥수수가 없어!


예전에 장모님께서 아들 먹으라고 자두를 검은 봉지로 한가득 사주셨다. 제철에 먹는 자두가 맛있었는지 냉장고가 있는 베란다를 들락날락 수시로 왔다 갔다 했다.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냉장고에서 자두를 꺼내 먹는 아들에게 유호야 아빠 하나만 줄래? 아빠 먹고 싶은데!라고 말했더니 욕심에 찬 눈빛으로 더욱 움켜쥐었다. 네 살 아들에게서 무서운 소유욕을 맛봤다. 그러곤 아들은 두 봉지 가득했던 자두를 며칠 만에 먹어 치워 버렸다.


장모님께서 과일을 잘 먹는 아들 모습이 귀여웠던지 이번에는 복숭아를 사다 주셨다. 단단하게 잘 익은 복숭아였다. 맛있게 익은 복숭아가 보송보송 붉은빛을 냈다. (복숭아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집에 오자마자 나도 먹을 겸 복숭아를 깨끗하게 씻고 먹기 좋게 잘라 주었다. 아빠도 아~ 아들은 살짝 나의 눈치를 살피고 복숭아 한 조각을 들고 온다. 나는 눈치 없이 엄마도 먹고 싶대라고 아들에게 말을 했다. 나를 한번 흘겨보더니(큰 마음먹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하나를 챙겨 아내 입속으로 넣어준다. 그다음 아들이 툭하고 내뱉은 말이 신기했다.


"나도 먹고 싶은데 참고 주는 거야!"


자기 것을 움켜쥐던 아들이 자기 것을 나누기 시작했다. 먹고 싶은 마음보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아들이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이겨냈다. 뭔가를 참을 줄 안다는 생각에 대견했다. 솔직히 하루가 다르게 한 뼘씩 커가는 모습이 신기하다. 그 속도는 갈수록 빠르며 변화 정도는 몇 단계를 뛰어넘는다. 폭풍성장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 그 후로 아들은 먹을 게 있으면 선뜻 아내와 내입에 넣어준다. 마지막 하나 남은 복숭아를 엄마 입으로 넣어주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아들이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는 게 좋았다.


며칠 전 마시멜로 유혹에 넘어간 아들에 대한 글을 발행했다. 어린이집 하원 길, 집에 갈 때까지 과자 하나를 안 먹고 가지고 있으면 두 개를 주겠다고 했다. 결론은 실패였다. 만지작 거리다 10분 만에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놀랍게도 그 글을 발행한 그날 아들이 버터링을 먹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하나를 남겨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버터링을 받을 때 기분이 묘했다. 분명 며칠 전에는 유혹에 넘어갔는데 그새 유혹을 이겨냈다니, 아들의 발달 속도는 내가 아들을 이해하는 속도보다 빨랐다. 나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아들 뒤를 쫓고만 있었다.

https://brunch.co.kr/@socialworkers/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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