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위하고 사랑하는 형제였으면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우애]
우애: 형제 사이의 정과 사랑.
동생을 만져 보고 싶은 마음
둘째가 태어난 지 5개월이 지났다. 엊그제 같은 분만실의 풍경, 이제 막 태어난 동생을 보며 신기해하던 첫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다. 돌이켜보면 5개월 동안 우리 가족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첫째는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고 아내와 나는 젖먹이 육아로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사실 나는 첫째 때와 다르게 새벽에 못 일어나고 있지만) 잠 못 드는 밤에 새벽 수유가 이어지면서 피로가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지금 첫째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둘째에게 맞춰져 있다.
둘째가 태어나고 생긴 걱정은 첫째가 동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하는 문제였다. 어느 육아 책에서 엄마 품에 있는 동생을 마주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상실감을 경험하는 일이라고 했던가. 부모로부터 온전히 받았던 사랑을 동생에게 나눠줘야 하니 어쩌면 첫째 입장에서 동생을 시기와 질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첫째가 그런 감정을 조금 늦게 경험했으면 했다. 2주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보내고 집으로 들어갈 때 일이다. 아내 대신 내가 둘째를 안고 들어갔다. 효과가 있었는지 몰라도 지금까지 동생에게 과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첫째도 동생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아내와 나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부터 준비했다. 첫째와 산부인과에 함께 다녔고 자주 동생의 초음파 영상과 심장소리를 들려주었다. 엄마 배속에 주주가 있대! 인사해봐!라고 아들에게 말하면 첫째는 곧잘 따라 했다. 유호도 엄마 배속에서 태어났어! 그림책을 보여주며 동생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둘째가 태어나던 날 첫째와 함께 분만실에 있었다. 아내가 진통으로 고통스러워할 때는 잠시 밖에 있었지만 첫째도 둘째 출산에 참여한 거나 마찬가지 었다. 태어나자마자 응애응애 힘차게 우는 동생을 목격한 일, 온몸에 묻은 핏덩어리를 함께 씻겨주는 일, 힘겹게 눈 뜬 동생과 눈 맞춤한 일, 산후조리원으로 동생을 보러 가는 일은 어쩌면 동생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동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첫째와 실랑이가 늘었다. 동생을 만지고 싶어 하는 첫째와 말리는 나와의 팽팽한 싸움이다. 어쩔 수 없는 일에 예민하게 굴었다. 분유를 먹이고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자기가 해보겠다고 난리다. 기어코 젖병을 빼앗아 직접 해야 한다. 내가 둘째를 안고 있으면 "나도 안아볼래" 라며 다리를 쪽 내민다. 문제는 힘 조절을 못하는 것이다. 유호야 동생 아프데, 힘들데, 울잖아 라고 첫째를 밀어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아들의 서운함을 생각 못한 나의 잘못된 행동이었다. 동생을 만지고 싶은 마음, 부자연스럽고 힘 조절이 안돼서 생기는 실수를 알아주지 못했다.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둘째도 컸지만 첫째도 놀라울 만큼 폭풍 성장했다. 첫째는 동생 도우미를 자처한다. 아내가 "유호야 손수건 가져다 줄래? 기저귀 가져다 줄래?"라고 말하면 잘도 찾아 가져다준다. 배고파서 보채고 있는 동생을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달래준다. 동생을 돌보느라 놀아주지 못하는 상황에도 기다릴 줄 안다. 혼자 노는 것을 지루해하거나 짜증 내지 않는다. 아침에 깨서 동생부터 찾는 아들, 동생 옆에 누워 눈 맞춤을 하는 첫째를 보고 있으면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하는 생각에 뭉클하다. 시간이 훌쩍 지나감을 느낀다. 어느덧 아들은 동생을 잘 챙기는 의젓한 형이 되었다.
한 가지 바람은 두 아들이 커서도 서로 위하고 잘 지내는 사이었으면 좋겠다. 둘째가 지금의 첫째 나이가 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된다. 솔직히 기대된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남자 셋이 도모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아웅다웅 남자 형제라서 싸우기도 많이 싸우겠지만 가장 가깝게 지내는 형과 동생 관계였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유호야! 지호야! 엄마, 아빠가 너희들에게 맺어준 첫 번째 인연이니 잘 지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