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늦잠 자면 안 되겠니?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부지런하다]
부지런하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일을 하는 데에 열성적이며 꾸준하다.
제때 제시간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거르지 않고 스스로 하는 것이 부지런입니다. [어린이 인성 사전 본문 중]
아들은 아침 7시면 눈을 뜬다. 더 일찍 일어나면 일어났지 늦게 일어난 적은 없다. 솔직히 아내와 나는 아들의 부지런함에 성가시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는 아들, 결국 아들을 못 이겨 비몽사몽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며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때부터 육아 시작이다.
"아침이 밝았어요!" 아들은 자고 있는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우렁찬 목소리로 집이 떠나갈 듯 깨운다. 아들은 알람시계다. 자는 척해봐도 소용없다. 실눈 뜨고 버텨보지만 이내 "공주님!(엄마) 공주님!(엄마) 일어나세요." 몸을 흔들며 기어코 깨우고 만다. 피로가 쌓인 우리는 일찍 일어나는 아들이 달갑잖다.
주말이라도 늘어지게 자고 싶다. 하지만 아들의 습관은 주말까지 이어진다. 어김없이 7시에 일어난다. 컨디션이 좋으면 6시에도 일어나는 아들, 그런 날이면 주말이 길게 느껴진다. 아들이 태어난 뒤로 늦잠을 포기했다. 아니 제대로 된 잠을 포기했다는 말이 맞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늘어지게 자고 싶은 마음을 아들은 알까.
둘째도 가세했다. 태어난 지 6개월인 신생아지만 둘째 역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아마도 첫째 잠 패턴에 맞춰진 것 같다. 갈수록 첫째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둘째, 다행스러운 것은 누워만 있다. 아직까지 둘째는 눈을 뜨고 혼자 놀기 바쁘다. 멀뚱멀뚱 천장만 보고 있는 둘째가 걷기 시작하면... 상상만 해도 피곤함이 몰려온다. 곧 멀지 않았다.
반면 일찍 자는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 두 아이 모두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잠이 든다. 아내가 첫째를 재우기 위해 안방에 들어가면 나는 둘째에게 먹일 분유를 준비한다. 첫째는 책을 읽으면서, 둘째는 분유를 먹으면서 자기 위한 의식을 치른다. 그 의식은 30분 정도 걸린다. 무사히 의식을 치르면.
그 뒤로 꿀 같은 쉼이 허락된다. 두 아들이 선물한 쉼이다. 예전에는 뭐라도 해볼까 아내와 책도 읽었지만 지금은 그냥 쉰다. 소파와 하나가 되어 늘어지게 누워만 있는다. 솔직히 엄두도 못 내겠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하루 종일 육아와 일로 지쳐있다. 그냥 그때 만이라도 한량이 되고 싶다. (나는 한량이 체질 같다)
솔직히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하다. 뭐라도 하고 싶어도 마음처럼 쉽지 않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로 쌓여있는데 귀찮다. 해야 할 일을 거스르고 건너뛰기 일수다.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한 아들을 보며 부지런한 아빠가 되길 바라지만 잘 될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