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기다리다]

by hohoi파파

기다리다: 참고 견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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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보이지 않아도 참고 견디는 마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나는 출근을 위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고 있는지 몰랐다. 1층에 내려와 보니 그제야 알았다. 비를 맞고 차를 타러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난감한 비였다. 아들이 있어 그냥 맞기도 애매했다. 한바탕 쏟아지면 군말 없이 우산을 가지러 집에 돌아갔을 텐데. 내리는 모양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사실 4층까지 올라가는 것이 귀찮았다.


유호야 아빠가 차에서 우산 가지고 올 거야! 기다릴 수 있겠어?
그래(씩씩한 말투로)


다행히 차 안에 우산이 있었다. 아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주차되어있었고 냉큼 달려오면 충분한 거리였다.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저기 유호 차 보이지? 차 안에 우산이 있는데 기다릴 수 있겠어?라고 물어봤다. 아들이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며칠 전까지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가끔 출근길에 분리수거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아들을 기다려보도록 했지만 할 때마다 실패였다. "싫어", "같이 가자" 말하며 내손을 끌어당겼다. 눈에 안 보이면 불안해했다. 4살 아이가 혼자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들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였을 터. 하지만 가끔 연습 삼아 기다릴 수 있는지 물어봤었다.


후다닥 뛰어갔다 왔다. 아들은 천연덕스럽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리는 비를 감상하는 듯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는 아들, 아들 미소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내 아들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와! 유호 대단하다. 아빠를 기다린 거야? 언제 이렇게 컸니? 꽉 안아주고 토닥토닥했다. 뿌듯해하는 아들이 날로 날로 커감을 느낀 하루였다. 기다릴 줄 아는 아들, 정말 언제 이렇게 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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