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표현할 줄 아는 아들로 키우기
네 살 아들의 마음 일기 [사랑하다]
사랑하다: 낭만적이거나 성적인 매력에 끌려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다.
일하다 말고 길가에 핀 장미를 꺾어 아내에게 보내준(그래서 손이 더럽다)엄마, 아빠를 좋아하는 마음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길에 아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그다음은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아들과 어린이집에 머문다. 아빠 목마른데 물 마시러 갈래? 아들을 데리고 교회 식당(교회 부속 어린이집에 다님)으로 들어간다. 집에 가기 전 거의 빼먹지 않는 의식과 같다. 교회 식당에서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도 보고 로비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어린이집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묻곤 한다. 아들은 질문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섞어가며 재잘재잘 떠든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아들은 "이제 갈래!" 라며 쿨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물을 마실 때 내가 컵을 꺼내 주면 안 된다. 그랬다간 네 살 된 아들에게 혼난다. "내가 할래" 한소리 하며 결국 내가 꺼내 준 컵을 다시 소독기에 넣고 본인이 꺼내 마신다. 물을 다 마시고 화장실로 가려는 찰나 아들이 "아빠 안아줘!" 나를 올려다보는 애틋한 눈빛에 끄응 소리를 내며 아들을 들어 안았다. 평소 같았으면 유호도 이제 걸을 수 있잖아! 걷자, 아빠도 힘든데!라고 말했을 텐데 요즘 부쩍 안아달라는 아들이 측은해서 잔소리하지 않고 안는다. 내 품에 들어온 아들이 나의 목을 끌어안고 푹 안긴다. 그 순간 따뜻함이 내 몸과 마음에 전해졌다.
사랑해
"사랑해!"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계속 듣고 싶은 말이다. 그 순간 아들의 말에 위로가 되었다. 속으로 기특하단 생각만 가득 차올랐다. 오~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언제 이런 말을 배웠지! 조금 의아했지만 표현을 잘하는 아들이 멋져 보였다. 이에 질세라 나도 아들에게 나의 마음을 전해주었다. 아빠도 유호 사랑해! 사랑한다고 말해줘서 고마워! 유호가 사랑한다고 해주니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토닥토닥거리며 아들을 더욱 끌어안았다. 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그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 사이 키즈노트 알림장 메시지가 떴다. 무릎을 치며 그제야 아들이 한 말에 대해 알아챘다.
어린이집에서 아들에게 언어전달이라는 미션을 줬나 보다. 생소한 이름에 키즈노트를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선생님이 가족에게 전달할 언어를 아들에게 가르쳐주면 아들은 그것을 기억해 가족에게 전달하는 활동이었다. 일과 중 가장 재밌었거나 흥미로웠던 활동, 주제에 따른 단어나 문장으로 하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오늘의 주제는 사랑이구나, 비로소 사랑한다는 아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들의 언어전달은 집에서도 이어졌다. 아들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도 사랑한단 말을 했다. 아내에게 키즈노트 읽어봤어? 물어봤고 아내 역시 아들에게 과장되게 "엄마도 사랑해" 반응을 보여줬다. 그런 반응에 아들은 신났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뭔가 뿌듯해하는 아들(미션 성공), 슬쩍 동생에게 가더니 스윽 머리를 만지며 사랑해 속삭이듯 말한다. 차마 동생한테 말하기는 쑥스러웠나 보다. 아무도 듣지 못한 말을 나에게 들켰다.
사랑한단 말은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끈끈한 관계가 아니고서야 사랑한단 말을 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말, 사랑한다는 말은 위대한 힘을 가졌지만 등한시할 때가 많다. 살면서 얼마나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타인에게 표현하는지,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사랑의 힘은 표현에서 시작됨을 새기는 하루였다.(그런 의미에서 여보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