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는 거부하지 말아 줘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민망하다]
민망하다: 겸연쩍고 부끄럽다.
아빠와의 뽀뽀는 선뜻 내키지 않는 마음
아들과의 스킨십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이야. 충격에 배신감마저 든다. 처음부터 안 해줬으면 이런 마음도 안 들 텐데 잘해주다가 안 해주니 뭔가 싶다. "아빠 뽀뽀"라고 하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나의 입술로 돌진하던 아들이었는데. 이제 네 살이라고 주저한다. 어쩔 때는 건너뛰고 대충 얼버무린다. 우리 아들이 달라졌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바라보던 그때가 좋았다. 지금도 사랑 가득한 아들의 눈빛으로 뽀뽀를 하던 그때를 잊을 수 없다. 그때는 나를 전부로 여겼는데 이제는 아들 나름 안 되는 이유도 많아졌다. 뽀뽀~~ 입술을 쭉 내밀면 나를 한번 쳐다보고 휙 하고 돌아설 때가 있다. 아예 대놓고 싫다고 말할 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럴 때는 오히려 내가 민망하다.
아들을 골려 주기 위해 일부러 더 아내에게 뽀뽀를 하고 안는다.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유도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었다. 아침마다 대놓고 아들 보라는 식으로 아내를 확 끌어안으면 "그만". "저리 가" "뭐해" 라며 쪼르르 달려와서 찰싹 붙어 있는 아내와 나를 떼어낸다. 떼는 아들도 떨어지는 아내와 나도 까르르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를 낸다.
매일 출근길에도 장난치기 바쁘다. 출근길, 아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선다. 현관문 나서기 전 아내에게 인사를 나누고 뽀뽀를 한다.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하는 우리 집 의식이다. 내가 먼저 아내에게 뽀뽀를 하면 아들이 "나도 나도" 말하며 아내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지금까지 뽀뽀를 강요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했던 이유 같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아들을 불러 세우고 안아준다. 꼬옥 안아주며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재밌게 놀다 와! 말해준다. 그래서일까 안는 것을 빼먹는 날이면 아들이 잊지 않고 안아달라고 한다. 아직까지 나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원 시키기 위해 퇴근하고 가면 "안아줘!" 라며 먼저 내 품에 안긴다. 마치 하루 잘 지냈으니 위로해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 품을 떠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로부터 남자로 물씬 느껴질 때 그제야 실감한다. 이제 고작 네 살 아이지만 그 시간이 빨리 올 것 만 같다. 지금도 뽀뽀 안 해 준다고 이러고 투덜거리는데...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내가 얼마나 투덜거릴지 뻔하다. 뽀뽀는 남자끼리 남사스러워 안 하더라도 스킨십을 계속해주고 싶다. 아들에게 따뜻한 아빠의 품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