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부산.
부산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시원한 바닷가와 한없이 고급스러워진 해운대 주변의 도시경관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는 세련된 도시의 모습보다는 멀리서 보면 틈새조차 보이지 않는 산동네의 풍경이 그립다. 그 풍경 속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가 그립다.
옆집 옥상을 오갈 수 있을 거리만큼의 친근함과 초인종이 있는 집이 신기해 눌러보고는 '누구세요?' 하는 소리에 소스라치듯 놀라 달아나던 옛 추억이 생각난다.
가슴 아프긴 하지만 여든이 넘어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내 기억 속의 부산도 그렇게 나이들어 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추억의 향기가 짙어질테니까.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저 모습들이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부산을 생각할 때면 나는 열다섯살이고 스무살이다. 그 공간 속의 시간에서는 나는 전혀 자라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 더 내 부산이 애틋하다. 어린 내가 저기서 여전히 뛰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