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거리를 걷다가 피곤한 몸을 잠시 벤치에 맡깁니다. 잃어버린 것을 찾아 이곳저곳 헤매었지만 남은 것은 더한 상실감이었습니다.
내 앞을 얼쩡거리는 비둘기 한 마리도 무언가를 찾고는 부리로 쪼아대는데 나는 정작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주머니 속을 뒤적거리던 손을 꺼내봐도 습기 찬 손바닥만 누더기 같은 옷으로 닦아낼 뿐 기억의 부스러기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잃어버린 무언가에게 미안해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는 것조차 할 수 없습니다. 차던 숨이 가라앉으면 또 다시 길을 헤매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다니겠지만 도돌이표처럼 여기 이 자리에 돌아와 바닥을 바라보며 또 앉아있을 겁니다.
아직 내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언젠가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 찾게 되었을 때, 기적처럼 사람들에게 먼저 손 내밀테니 그 때 내가 찾은, 잃어버렸던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그 때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그 때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그 때는 사실 한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었던 나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어리석은 나 때문에 영원히 잃어버릴 뻔 했던 그 모든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습니다.
[사진 - 키아누 리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