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친구가 내게 말했다.
"이제 그에게서 설렘을 느낄 수 없어. 넌 그렇지 않니?"
그 친구에게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을 네 일상으로 끌어오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과 마음을 썼었는데 이제 일상으로 들어오니 식상하다 하니?"
친구는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한동안을 더 욕을 해주었다. 그 친구와 헤어져 나오면서 후회했다. 그래, 누군가에게 사랑은 설렘일수도 있는데 내가 괜히 화를 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익숙함으로 자리잡는다. 항상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내 사랑을 떠올리는 시간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늘 있어야만 하는 사랑의 호르몬이 나에게는 시작할 때만 필요할 뿐 정작 사랑할 때는 절대적이지만은 않은가 보다.
사람마다 사랑의 이유가 다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 친구의 이유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한 소리를 한 하루가 부끄럽다.
[사진출처 - 영화 '북촌방향' 중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