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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순 Nov 24. 2019

걱정마트














































































 나는 내가 비정상적으로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걸 남편을 만나고 처음 알았다. 환경오염으로 언제 멸망할지 모르는 지구에서 부조리한 뉴스에 분노하고, 사건에 좌절하고, 돈도 빽도 없는 내 자신이 이런 혼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삶. 회사 다니면서 자취를 하던 시절에는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줄로만 알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부터는 그 다음 단계의 문제들이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시댁에서 미움을 받으면 어쩌지. 이렇게 살다가 경제적 기반도 못 쌓으면 어쩌지. 아이를 낳아서 책임을 못 다하게 되면 어쩌지. 아이를 낳았다가 내 자신을 잃어버리면 어쩌지와 같은 문제들. 그러다가 세계적인 전염병이 터졌고, 나의 걱정거리 사재기는 그때 최고점을 찍었다. 한국에 있는 나의 부모님, 내 동생의 안위를 나 혼자서 지켜내야 한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벌어지지도 않은 것들에 대한 막연한 걱정에서 해방되었다. 멸망해가는 지구보다는 내 눈 앞에 초코렛 아이스크림이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는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다가 내가 다시 스마트폰 사회문제 알고리즘의 감정 노예가 되면 남편은 내게 이제 그만 작고 네모난 스크린에서 눈을 떼고 숨을 쉬라고 말해준다. 지금도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걱정거리 쇼핑센터를 기웃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곳을 방문하는 일은 남편 덕분에 어마 무시하게 줄었다. 보이지도 않는 미래에 겁을 집어먹고 방어하기 보다는 먼저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상에 집중할 수 있는 힘. 그것을 배운 것만으로도 이곳에서의 시간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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