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속도로 운전을 하면서

악인연(惡因緣)과 악업(惡業)

by 초이 Mar 17. 2025

#20250317 #악인 #악연 #악업 #인연정리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2차선의 어떤 차 두 대를 봤다. 승용차 한 대가 카니발 뒤를 바짝 붙어서 가고 있었다. 1차선이 아닌데도 그렇게 붙어서 가고 있었다. 그래서 ‘저 카니발이 승용차한테 무슨 잘못을 했나 보다,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승용차가 화나서 저렇게 바짝 붙어서 가지’라고 생각했다. 


 이 고속도로를 윤회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저 차들이 각각 생명을 받은 어떤 개체라고 생각한다면. 이쪽이 저쪽에 잘못을 저지르고, 그러면 저쪽이 앙심을 품고 또 이쪽에 잘못하고... 끝이 없는 거 아닌가. 끝도 없는 윤회의 길에서 서로한테 계속 잘못하고 나쁜 마음을 품고 그대로 행동하면 악인(惡因)이 악연(惡緣)을 낳고, 악연이 다시 악인을 심게 하고. 각자의 마음은 더 어두워지는 것뿐 아닌가. 


 한쪽이 계속 힘들게 해도 다른 쪽에서 ‘됐다, 가라’ 하고 놓아야 주고받는 게 끝나지, 그게 아닌 이상 계속 주고받을 거 아니야. 그래서 인연이 풀린다는 게, 한쪽이 그냥 마음을 탁 놔버리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다 해 줘야 응어리진 게 풀려서 더 안 따지고 갈 거 아닌가? 한쪽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쪽이 다른 쪽에 더 안 바란대도 다른 쪽이 풀릴 때까지 계속 쫓아올 테니까. 저 승용차랑 카니발처럼. 


 결국 어느 한쪽이 미안하다고 깜빡이를 키든, 어쩌든 상대의 마음을 돌려서 풀게 하는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연을 푼다는 건 상대한테 빚이 없어야 하니까. 좋은 빚도 나쁜 빚도 풀어야 한다는 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서로 고통을 주고받는 저 두 운전자의 마음이 참 괴롭겠다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돌빵 이야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