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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마케터 Apr 03. 2023

비틀거리는 새로운 사랑들..

그를 잊기 위해 했던 노력

나는 더 이상 맞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새로운 사랑이라 말하지만, 사실 나를 좋아해준 사람을 그냥 만났다. 별로 끌리지 않아도, 사귀면서 특별히 사랑하지 않아도 그 관계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와는 정반대 사람


처음으로 선택한 사람은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자라곤 몰랐고 원체 깐깐하여 쉽게 누군가를 마음에 두지 못했다.


새로 사귄 사람은 이혼 가정에서 자란 트라우마로 누군가를 마음에 두지 못했다. 그럼에도 내게 손을 내민 것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렇게 그를 사귀기 시작했다. 좀처럼 표현하지 않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힘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형편은 썩 좋지는 않았다. 이혼한 외삼촌의 세컨 하우스에 살고 있었고 외삼촌이 오시면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혼자 계시는 어머니와 또 외딴 지역에서 살고 계신 아버지를 케어하느라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그는 처음 내게 그랬었다. "나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너에게 해줄 게 많지는 않다. 그래도 괜찮다면 너를 힘들게 하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


그 말이 왠지 따뜻하게 들렸다. 돈은 같이 벌어서 열심히 살면 되고 부모님은 낳아주셨으니 잘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결혼은 안 되더라..


둘 다 나이가 있어서 만나서인지 나는 조급했다. 언제까지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한 회사를 계속 다녀왔던 그는 무척 성실했다.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에도 토를 다는 일은 없었다. "내가 부족하니까, 더 많이 하는 것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조금씩 내게 마음을 열어보이기도 했다. 장난도 잘 치게 되었고 때때로 나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조급했다. 이 정도면 내 인생 망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사실 그는 내가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이전에 나를 때렸던 그와 정반대의 사람이라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더 안심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부인과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결혼하자고 했다. 마치 회사에서 입사를 제안하듯 담담한 모습으로 그에게 말했다. 같이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소망은 언제나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준비가 안 됐어. 너와 결혼하면 너가 나의 짐을 다 져야 하는데 나는 그걸 보고 싶지 않아"




잔인한 거절, 나는 또 방황했다


그러고도 몇 번을 더 매달렸다. 내 인생에서 남자에게 매달린 건 처음이었다. 그의 상황은 누가 봐도 좋은 건 아니었다.


모아둔 돈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마땅히 살 집도, 또 버는 돈도 일부는 부모님을 케어하는 데 써야 했기에.


그에 비해 나는 안정적이었다. 그러니 괜찮다고 그를 설득했다. 둘이 같이 벌면 연봉이 꽤 높고 절약해서 살면 살지 않겠냐고.


하지만 그의 생각은 절대 바뀌지 않았다.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냥 이대로 사귈 게 아니라면 헤어지자고 했다.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그에게 거절당하고 그게 끝이었다. 한동안 멍했다. 나는 왜 이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쉽지 않을까.


나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나는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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