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것은 그 프레임에 의지하여 달려가던 내 몸이었다
"그런 거, 없어도 돼."
나도 안다.
다이아몬드 반지 따위 필요 없다는 거.
하지만 신랑의 입에서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가락지 하나 나눠 끼고, 시계 하나 나눠 차는 사치로 결혼식 예물이라는 것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그 한 마디가 왜 자전거를 사러 와서 새록새록 올라오는 건지.
동그란 두 바퀴 사이에 멋진 다이아몬드 프레임을 쓰다듬으며 애써 지난 시간은 밀어낸다.
자전거는 다이아몬드에서 시작된다.
탑승자의 무게를 견디고 지탱하며, 바퀴를 고정시키고, 페달이 고정된 상태에서 회전하도록 잡아주며, 조향장치(핸들)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유지시킨다.
결국 자전거의 모든 기능을 위한 장치는 프레임에서 출발하고 프레임 위에서 마무리된다.
프레임의 구조는 간단하다.
두 개의 삼각형이 한 변을 마주하고 연결되어있다.
건축에서 사용되는 트러스 구조(truss structure)로, 모든 자전거는 두 개의 삼각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 세기 동안 한결같이 유지된 이 자전거의 형태로, 한 번 배우면 누구나 잊어버리지 않는 신기한 기억을 만들 수 있다.
다이아몬드의 영혼은 프레임 위에 오른 모두에게 이식된다.
"자, 한 번 올라타 보세요."
검은 프레임 위에 무광으로 코팅되어 있는 자전거.
오렌지색 라인 위에 자이언트 에스케이프라고 쓰여 있다.
검은색 말 위에 올라타는 기분으로 안장 위에 올라본다.
핸들과 프레임을 연결한 스페이서 부분과 안장의 높낮이를 조절해서 내 몸에 맞춘다.
손가락에 반지를 맞추듯...
프레임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임을 위한 모든 기능을 연결하면서 굳건하게 버티는 자전거의 영혼이다.
핸들을 움직여 방향을 바꿔 다른 길로 들어서도 프레임은 구부러질 수 없다.
체인을 감고 기어를 쪼개 언덕을 올라도 프레임은 꺾어질 수 없으며, 바퀴가 쉴 새 없이 굴러도 프레임은 지치지도 떨지도 않는다.
나의 새로운 다이아몬드도 내 몸을 받쳐주며 충성을 맹세한다.
어설픈 실력의 주인님이 자신을 넘어지게 해도 원망하지 않겠으며 핸들을 잡아주고 바퀴들도 돌보겠다고.
비를 맞고 흙탕물이 튀어도 묵묵하게 감당하겠다고.
혹시나 애정이 식어 놀아주지도 않고 한 구석에서 먼지 덮고 잊혀져도 바퀴처럼 바람 빠지며 변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의 새로운 애인은 그 몸이 다이아몬드여서 그런 거는 필요 없다.
오래전 옛 애인도 "내가 다이아몬드니 그런 거는 필요 없어."였기에 자신했으리라.
변한 것은 그 프레임에 의지하여 달려가던 내 몸이었다.
허벅지에 힘 빠지면 그의 탓을 하고, 가끔 다른 이의 다이아몬드 바라보고 입을 삐죽거리며 달리기 싫다고 투정도 부렸으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자전거 위에서 상기된 나를 바라보며 남편이 묻는다.
그의 미소가 반짝거린다.
"응! 임자 만났어."
두 바퀴로 넘다 5회 끝
다음화 #6화 이골나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