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_이골이 나야

몸으로 살아낸 것의 가치는 빛난다

by 은륜


"이골이 나면 괜찮아."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두 시간 넘게 안장 위에 앉아 있으면 하트 모양 패드 따위 소용이 없다. 내 엉덩이에 붙어있는 그 많은 살이 이렇게 쓸데없이 느껴질 줄 몰랐다. 언제나 그렇지만, 남편은 나의 고통에 위로보다 진리로 승부한다. 나에게는 감히 반박할 무기가 없다.


이골이 나는 것이 자전거 타기 뿐일까.


모시를 만들며 치아에 골이 생길 정도로 같은 자극의 반복을 견뎌내는 일. 이골이 나게 지속해야 고통을 통증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무덤덤해 지는일. 자전거에서도 여지없이 필요하다.


자전거는 같은 동작의 반복으로 시종일관한다.


사람의 몸 가운데 엉덩이, 손, 발바닥은 자전거에 직접 닿아 모든 자극을 받아들인다. 엉덩이는 자전거에 전해지는 모든 외부 충격을 가장 많이 흡수하고 전달한다. 몸의 체중을 작은 안장 위에 실은 채로 오랜 시간 버텨야 하는 난제를 소화해야 한다.


장거리 출정의 첫 경험.


새벽에 집을 나서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춘천역에 내렸다. 의암호를 끼고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던 날, 처음 100km 넘게 달렸다. 남양주 강변에서 내 몸은 땀으로 절여진 듯 지쳤고 포기하고 싶었다.


"이골이 났네. 내 엉덩이."


아프지 않았다.

몸은 감각이 둔해질 만큼 피곤했지만 마음이 선명하게 나에게 말해주었다.


"자전거도 다르지 않아."


견디는 힘에서 시작되는 단순한 지속 에너지. 자동차를 타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굳이 두 바퀴로 달려가는 미련한 시간이 왜 필요한지. 이골이 나도록 몸을 쓰는 시간에 채워지는 내가 살아있다는 확신.


굳은살과 근육의 차이는 아픔을 느끼는지에 달려있다.


근육은 언제나 아파야 만들어진다. 굳은 살은 아픔에 이골이 나서 죽지는 않아도 견딤의 경지에 이르러 겸손을 갖추고 고요하다.


자전거 위에서 내 엉덩이는 겸손해졌다. 허벅지는 아직도 엄살을 부리며 파스를 찾지만 엉덩이는, "내가 뭐 한 거 있나. 가만히 있었을 뿐인걸, 일은 허벅지가 다 했지."


고통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안장 위에서 견뎌내야 하는 지점까지 묵묵하게 움직이지 않고, 부드럽게 감추고 있지만, 그 속에는 발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로 채워진 기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녹아내릴 듯 피곤한 몸을 자전거에 의지하며 이런 다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전거는 불혹을 마무리해야 할 아줌마에게 인생수업을 하고 있구나.


몸으로 살아낸 것의 가치는 빛난다.


머리 속에서 뽑아낸 논리가 넘어설 수 없는 단단한 힘이 있다. 이齒에 골이 파이도록 얇게 찢는 모시풀이 투명한 모시옷으로 변화되는 시간처럼, 마지막 마치는 순간을 위해 단순한 동작을 지속하며 얻게 되는 것들이 귀하다.


자전거가 또 가르쳐준다.


"이골이 나야 뭐 좀 시작해 볼만하지."


두 바퀴로 넘다 6회 끝

다음화 #7 몸을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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