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밀 싱클레어가 되어 자전거 길에 내던져졌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
일주일 동안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다리를 옮겨 한 걸음 뗄 때마다 칼로 살을 가르는 듯한 통증이 발바닥에서 허벅지로 솟아 올라왔다. 고등학교 체력장 고사 이 후로 내 몸이 겪어보지 못한 근육통이다. 운동해서 아픈 건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며 누군가 아는 척을 한다면 바로 쏘아붙일 심산으로 삼일 동안 침대에서 요양 시간을 가졌다.
"나는 新生(신생) 중이다."
허벅지 근육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겼다.
침대 위에서 길 위를 달리던 반짝이는 두 바퀴를 떠올렸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허벅지가 따끔거렸다. 몸의 흥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단순한 반복운동, 두 바퀴를 회전시키려고 단지 페달을 돌리기만 했을 뿐인데. 자전거를 처음 타고 균형을 유지하던 그 시간으로부터 너무나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왜 그럴까?
우리 운명의 본질적인 내면의 線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이런 금이나 균열은 도로 덮여 아물고 잊히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에서는 계속 살아남아 피를 흘리는 것이다.
데미안이 나를 태우고 하트코스를 돌았다.
모든 사람의 삶은 제각기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은 시도이며 좁은 오솔길을 가리켜 보여주는 일이다.
나는 에밀 싱클레어가 되어 자전거 길에 내던져졌다.
두 바퀴 위에서 몸으로 70km라는 거리를 움직여 달렸다는 기특함이 내 두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해야 할 일들을 해내며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참아가며 살아가는 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내 몸의 에너지가 어떤 목적과 이해관계나 의무나 책임과 상관없는 순수함에 쓰인 것이다.
길을 따라 앞으로 달려가는 힘. 바라보는 그 방향으로 곧게 나아가며 나 혼자만 오롯이 그 길 위에 놓이는 시간. 나는 힘과 시간이 만들어준 그 균열을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심연에서 나왔다. 하지만 깊은 심연에서 밖으로 내던져진 하나의 시도인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새로운 사랑 덕분에 남편의 사랑을 정리하려던 마음은 식어졌다. 남편 대신 자전거로 갈아타는 배신은 아니다. 나에게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겨졌던 일들의 해답은 그가 아닌 나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신생한 몸으로 바라보는 관계는 새롭게 보였다. 내속을 태워 감당하려고 했던 사랑은 몸의 지방을 태우고 허벅지를 깨고 달려가다 높다란 언덕을 넘어섰다.
몸은 마음보다 정직하다.
허벅지의 근육통이 사라지자 새로운 계절이 왔다.
빌려온 남의 자전거는 주인에게 돌아갔고, 남편은 나에게 검은색 새 자전거를 사주었다.
그의 이름은 자이언트 이스케이프(GIANT ESCAPE)다.
-두 바퀴로 넘다 #4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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