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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륜 Jul 16. 2021

블랙니스와 화이트니스

시크THICK / Tressie McMillan Cottom



#흑백 

ebony and ivory를 부른 스티비 원더가 가나로 이민간다고 한다. 인종차별 등 정치적 혼란에 환멸을 느꼈다고. 폴 매카트니 작사하고 1982년에 발표했는데, 당시에도 인종간의 화합을 피아노 건반의 하모니로 비유한 곡. 그 곡을 들을 때 드는 생각 하나. '신생아 때 시각을 잃은 스티비 원더는 자신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데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당하는 차별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흑인 

여성 사회학자인 코텀은 자신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Blackness와 Whiteness 문제를 해부한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그가 미국에서 지성인으로 살아가며 세워 온 세계관과 신념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모든 반향에 맞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변화시키고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글을 쓴다. 이 것이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자신의 발을 고치는 방법이라면서.


#문제 

그러나 무거운 이 책은 나의 생각을 고치는 방법이 되었다. 아시안에 대한 혐오 뉴스를 접하며 이 책을 읽은 후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들이 흑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영화나 뉴스로 접한 내용들 뿐이지만, 불거진 상황 근저에 역사적으로 두껍게 쌓여있는 계층의 문제들을 들여다보면 희망을 갖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하는 일은 '각성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계층 

벽은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견고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적 가치, 합당한 권위 등이 발언의 자격으로 인정되고, 아름다움도 자본과 마찬가지로 사회 속에서만 가치를 가진다. 사회적 생존을 위해 우리는 지위를 얻을 만한 상징적인 물건이 필요하고, 인종, 성별, 성적 지향에 대한 신체적 기대에 부응해야만 사생활과 자신을 보호받을 수 있다. 


#갈등

해결하려고 쓴 책이 아니다. 흑백 갈등의 문제를 다룬 책도 아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시각은 장애를 가진 저자의 발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학자 코텀은 이 책에서 자신을 재물삼아 보여주고 있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백인부자의 삶이 교훈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냉수 한 잔 마시고 가난이 뭔지를 가르쳐주는 식이다. 많은 관행들이 블랙니스를 종식시키는 것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표라고 착각하게 할 때, 진정한 목표는 화이트니스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깨우치고 있다. 


#덧붙임

피아노의 검은 건반은 하얀 건반에 뭔가 하나 붙어야 칠 수 있다. 원음에서 올리거나 내리는 음. # b 이 붙는 거. 하얀 건반은 견고하게 이어져 있고, 검은 건반은 하얀 건반 사이에 끼어졌고, 검은 건반끼리는 떨어져 있다. 매카트니 경은는 우리 모두가 동일하다는 것을 안다고 노래했지만, 동일하지 않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perfect harmony가 이루어진다. 합창은 다른 파트의 음을 정확하게 들으면서 내 파트의 음을 낼 때, 하모니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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