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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Oct 10. 2023

에필로그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전

통일장 이론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이론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우주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작도 물리학자들의 로망이다. 이는 마치 보편성과 필연성을 담보로 하는 철학의 논증이 있다는 철학자들의 믿음과 엇비슷하다. 다만 물리학에서의 통일이론은 뉴턴물리학이 인류 최초로 보편적이고 필연적이라인 체계를 구축했다는 데서 시원을 찾을 수 있기 떄문에 다분히 사변적이 아니다. 하지만 통일 이론에 관한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모두를 하나의 세계관 아래 묶으려고 시도하려는 생각은 자연 또는 우리의 우주를 미학적 관점에서 볼 때 자연과 인간 사회의 모든 사건이 하나의 법칙에 따라 일어나야 맞는다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믿음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되면 세상을 설명하는 이론 자체가 단순하고 아름다워진다. 어떤 하나의 법칙 하에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근대 이후 구축된 자연과학은 사회과학 등 다른 분야와 더욱더 분리되어 수렴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되어 버렸다. 자연과학은 반드시 실험이나 관찰을 통하여 법칙이 만들어지고 이론이 구축되는 반면에 다른 분야는 이러한 제한적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20세기 들어 고전 과학을 대치하는 새로운 현대 과학이 들어서면서 더욱 심화하였다. 하지만 자연과학에서조차 어느 한 분야에서조차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엄청난 양을 질적으로 어떻게 통일되게 기술할지도 불분명하게 되었다. 


물리학의 통일장 이론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과연 이론이 세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지식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실히 정의될 수 없을 지도 없다. 이런 연유로 얼핏 보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일적 기술 시도는 오늘날 방대한 지식에 질식당한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마치 통일 이론의 구축이 매우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불가능하게 여겨질 만큼.. 


하지만 잘 따져보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학문을 만들고 이를 법칙 아래 체계화하였을 때 무엇이 가장 중요했는지, 무엇이 체계화에 가장 중요하게 선행되었는지를 따져보자.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는 그 어떠한 지식도 체계적으로 다룰 수가 없다. 바로 분류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실의 체계적 분류를 통해서 학문을 창출해 내고 각각의 학문 체계를 통일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21세기의 우리는 어마어마한 지식에 파묻혀 살고 있다. 이들 지식을 적절히 분류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방대한 데이터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지식 속에서 올바른 해답을 찾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어떤 외과 의사가 가진 그만의 노하우와 한국의 어떤 의사가 가진 그만의 노하우는 관련이 전혀 없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곳곳에 흩어져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을 만들었고 이들을 통일성 있게 체계화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인류에게 그대로 이어져 현대물리학의 통일장 이론을 가능케 하였다. 하지만 아직 불완전하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지식의 지평선을 열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청사진을 뛰어난 과학자들이 건축하고 마무리는 인공지능의 도움 하에 통일 이론이 이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현대에 살고 있다. 오늘날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변혁을 경험하지만 잘 뜯어보면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전이 있어 가능한 일이 되는 게 아닌가 한다. 이 책을 통해 과거가 어떠했고 현재는 과거의 업적에 큰 은혜를 받았으며 그 은혜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 독자가 생각하게 되면 필자는 이 책을 쓴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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