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의 이론이 가능한가?
입자물리학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모든 것의 이론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약에 이와 같은 이론이 완성된다면 원리적으로 상위 학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표준모형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들의 발견과 함께 자연에 존재하는 힘에 의한 입자들의 상호작용을 구체적으로 올바로 묘사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표준모형을 기반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모형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표준모형을 넘어선 이론적 모형의 개발의 동기는 표준모형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 때문이었다.
우선 표준모형은 세 개의 힘을 하나가 아닌 세 개의 독립적인 힘의 상수로 소개하기 때문에 통일장 이론에서 통일된 하나의 힘으로 묘사하지 못한다. 또한 자연의 힘들이 왜 강력과 전자기력 그리고 약력의 형태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잠잠하다. 물질-반물질의 비대칭 문제도 이해되어야 할 문제이고 최근에 커다란 이슈가 되어버린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에 관해서 모형은 침묵한다. 그 외, 왜 약력에만 반전성이 보존되지 않는지, 중성미자의 질량이 왜 0이 아닌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표준모형은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개의 힘 중에 중력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아 힘의 통일에 중력을 빠뜨렸다.
근본적인 문제점들 외에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는 모형이 실험으로 결정되어야 할 물리적 계수가 지나치게 많은 점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입자가 약 60가지나 되지만 이들 각각의 질량은 이론에 의해 예측이 되지 않고 입자들이 왜 그만큼의 질량들을 가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실험을 통해 발견된 톱쿼크의 질량은 약 170 GeV로서 버텀 쿼크보다 무려 40배 정도 크다. 이보다 더 가벼운 참이나 스트랜지 쿼크들과의 질량 사이에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경입자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인다. 더 근본적으로 입자가 질량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며 왜 기본입자가 3개의 세대로 구성되어 있고 쿼크와 경입자의 대칭적 형태는 왜 나타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계산상의 기술적인 문제로서 힉스 입자의 질량이 1000 GeV보다는 작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계산에 의한 보정을 해보면 질량이 백만 배 이상으로 커진다. 그러므로 어떤 규칙을 통해 힉스 입자의 질량은 조정되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문제들을 가졌다고 해서 표준모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언급되는 문제의 대부분은 매우 근본적인 것으로 ‘어떻게’ 보다는 ‘왜’에 가까운 질문들로서 이들이 풀려야 할 대상인지도 의문이기는 하다. 이는 마치 뉴턴의 중력이 왜 생겨났는지를 질문하는 것과 마찬가지 질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가장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표준모형이 아닌 다른 이론적 모형의 개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은하의 총 질량 중 물질에 의해 이루어진 부분을 뺀 나머지 95%는 모른다. 암흑 물질이 26%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암흑 에너지로서 우주 질량의 69%를 차지하고 있다. 우주의 물질들은 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주를 팽창시키는 어떤 요소가 없다면 물질들의 중력에 의해 우주는 수축해야 한다. 반면에 우주는 우주 안에서 물질들이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이것은 우주 안에 있는 물질들의 중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어떤 밀어내는 힘이 우주를 팽창시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기된 표준모형의 문제점들의 부분 또는 궁극적으로 전부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표준모형이 구축된 이후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 그동안 연구된 이론적 모형은 수십에서 2백여 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하고 방대하다. 모형은 제일 간단하게 표준모형의 군에서 또 다른 간단한 군을 붙이는 방법에서부터 모든 것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이라 불릴 만큼 주목을 크게 받았던 초끈이론 Super String Theory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물리적 보존법칙의 대칭성에 기반을 둔다. 게이지 대칭성의 표준모형에 준거하여 더 큰 대칭을 가정하는 것이다. 대통일 이론은 쿼크와 경입자 간의 게이지 대칭성을 부여한 모형이다. 기본입자와 매개입자 간의 대칭성을 가정하면 더 큰 대칭성을 만족한다. 초대칭 이론이 이렇게 더 큰 대칭성을 만족시키는데 가장 갈래 이론이 많은 모형 군에 속한다. 이밖에 중력을 포함한 양자 중력, 테크니컬러 이론 등 많은 다른 모형이 존재한다. 물론 모든 모형의 결정판은 초끈 이론이다. 이외에 이론적 모형은 매우 많다.
상기에 제시한 수많은 이론적 모형은 표준모형이 제시하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 현상에 대한 이론적 추론이므로 찾고자 하는 대상은 실험에 의하여 검증되어야 한다. 이들 새로운 물리 현상이 만약에 존재할지라도 물질과 매우 약하게 반응하는 새로운 입자들을 예측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의 관측을 위해서는 최첨단의 정밀한 계기가 요구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물리 현상의 탐색을 위해서 지하 실험이나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이 지난 반세기 동안 진행되었다. 또한 현재도 수행 중이거나 예정되어 있다. 지하 실험은 우주로부터 새로운 입자나 암흑물질 등이 직접 검출기의 물질과 반응하여 일으키는 결과를 검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물리 현상의 많은 부분이 가속기 실험을 통하여 연구된다. 하지만 지난 반 세기 동안 표준모형 외에 맞는 이론 모형은 아직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