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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Mar 17. 2021

자연과학의 새로운 방법

자연과학과 타 학문을 구분 짓는 과학의 방법

갈릴레이는 근대 과학이 시작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창출해 낸 새로운 운동학과 지동설의 증거는 갈릴레이가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과학적 주장을 하게 되었는지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새로운 운동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운동학에 관한 의문으로 시작하여 이를 직접 실험을 통하여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실험으로부터 측정된 양으로부터 수학적 관계식을 구함으로써 많은 것들이 알려졌다. 그의 망원경 관찰은 천동설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갈릴레이 과학 수행의 방법은 어떤 자연 현상을 알아내기 위하여 실험이나 관찰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은 당시 스콜라학자들의 과학 하는 방법과 전혀 달랐다.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는 고대 자연과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틀 안에서 발전을 꾀하였다. 갈릴레이의 방법이 귀납이고 스콜라학자의 방법이 연역이다. 갈릴레이의 방법은 귀납을 통해 현상을 양으로 측정하여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수학으로 표현한다. 사물의 본성을 중시하여 질적으로 물체를 바라보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방법과 매우 달랐다. 그의 방법론은 근대과학 이후에 과학 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가 올바르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에 대한 이론적인 비판도 이어졌다. 프랜시스 베이컨 같은 이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진 16세기의 시대의 놀라운 변화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당시 위대한 발명품들이 고대 과학의 방법론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하여 기존 학문의 전통과 결별하고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고대 과학은 말만 무성할 뿐 성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혹평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학문에서 연역적 삼단논법의 방법만이 유일하고, 자연과학에서 명백한 원인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자연의 진리를 알기 위해서 실험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실험을 통해 점진적이고 연속적인 귀납을 통한 지식만이 인류 복리 증진의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베이컨은 과학에서 새로운 방법인 귀납적 관찰 방법을 주장하여 근대 과학 정신의 이론적 초석을 쌓았다. 


베이컨이 귀납의 방법을 이론적으로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하여 과학에 귀납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갈릴레이, 케플러, 윌리엄 하비 등 당대의 과학자들이 얻은 성과는 모두 관찰이나 실험을 통한 새로운 지식이었다. 베이컨은 귀납을 사상적으로 지지하므로 과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의 방법론은 보일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보일이 확립한 정확한 실험 프로그램은 훗날 뉴턴의 광학 실험에 영향을 끼쳐 에 대한 중요한 지식을 얻어낼 수 있었다. 특히 그의 협동 연구의 강조는 당시 유럽의 과학단체 설립에 큰 영향을 끼쳐서 영국의 왕립협회나 프랑스의 과학아카데미 등이 설립되어 과학의 중흥에 큰 역할을 하였다.


과학에 연역적 방법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시대로 보거나 연역의 정당성의 관점에서나 가장 극적인 예가 데카르트의 과학이다. <방법서설>과 <성찰>에서 그는 인간 이성의 역할을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스콜라철학이 유명론으로 대단위의 막을 내리면서 이성에 손을 들어주었던 것을 기억하면 데카르트가 이성 사용의 방법론을 주장한 것은 이상치 않다. 중세에 오랫동안 벌어진 보편자와 개별자 간의 치열한 역사적 논쟁의 현장을 책을 통해 목도했을 것이며, 자신이 이성 역할 탐구의 선구자이자 종결자 역할을 자임했을 것이다. 그는 문제를 풀 핵심 열쇠를 방법으로 보고 지독한 의심을 생각해 내었다. 하지만 진리로 여겨질 수 있는 무엇은 독한 의심 끝에 나오지만, 최종 결과 또한 지독한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차마 깨닫지 못했다. 


그의 <철학의 원리>는 방대한 물리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물체의 운동이 무엇이며 천체의 운행, 빛의 본성, 자석의 끌어당김과 밀치는 현상 등 여러 자연현상들에 대한 설명이 기술되어 있다. 그는 책에 담겨있는 자연현상의 원리들을 분명히 올바로 알아내었다고 확신한다. 이성적 사유를 진리에의 도달에 핵심적 요소로 여겨 깊은 생각을 반복하면 결국 올바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물론 확신의 이유는 그가 진리 도달을 위해서 으뜸 원리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자석 현상과 지질에 과학 구체적 설명이나 행성 운행의 원리도 틀렸고 빛의 속도는 무한이 아니며 지구는 극 쪽이 더 길다는 추론도 틀렸다. 자연현상에 관한 추론은 결론적으로 모두 틀렸다.


데카르트는 자연현상을 이해하고자 연역의 방법을 적용하였다. 그가 내세운 으뜸 원리는 자신과 신의 현존이다. 모든 것을 의심함으로 이성적으로 확실한 것을 찾아내려고 시도한 끝에 자신의 존재만큼은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신의 존재를 확증하여 이를 으뜸 원리로 내세워 진리의 원천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인간의 지성이 명약관화하게 판단하는 것은 신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참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그가 내세우는 신의 현존 등의 제일원리가 참이라는 준거는 없다. 하물며 무슨 수로 단지 인간의 깊은 생각은 신으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에 항상 진리에 도달한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연역의 방법은 과학 하는 방법이 아니라 철학하는 방법이다. 이로써 사회과학과 인문학 인간을 다루는 학문과 자연과학은 수행하는 방법과 결과들에서 다르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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