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로 귀여워진다!
우울한 사람이 우울한 사람을 만나면, 대체로 두 배로 우울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울한 사람이 우울한 사람을 만나면? 두 배로 귀여워진다!
내 주변에는 우울한 사람들이 많다. 우울감을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 사람도 있고, 잠시 느끼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다가온 우울감에, 어 나 사실은 우울했어! 외치는 이들도 많다. 나는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을, 우울감을 자주 느낀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나 좀 우울해서, 요즘 좀 그랬어. 이런 말도 자주 한다. 나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그리고 우울하다고 만천하에 알리는 글을 씀으로써, 나의 우울감을 조금씩 떼어낸다. 그렇게 떼어낸 것은 다른 이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버리곤 하는데, 대체로 그런 감정은 누구도 주워가지 않는다. 또, 나는 다른 이에게 나의 우울감이 묻지 않도록 꽤나 조심하는 편이다.
우울한 내가 우울한 친구를 만나면, 우울한 이야기만 한다. 대체로 내가 '우울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에 관련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또, 대체로 멍청한 행동들이 전부인데, 회사에서 울었다거나,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울었다거나, 너무 우울해서 폭식을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전부다. 다행스럽게도 술을 너무 많이 먹고 기억을 잃거나, 약을 먹었다거나, 길거리에서 '발견'된 경우가 있는 친구들은 없다. 우울증 약을 너무 많이 복용한 탓에 조증까지 같이 왔다고 주장하는 친구는 말한다. "나는 우울증 약을 먹으면, 사람들이 다 사랑스럽게 보여." 다 죽여! 다 죽어라! 다 망해라! 외치는 친구가 그런 식으로 말할 때, 나는 그 친구가 참 귀엽다고 느껴진다.
약이 더 늘어났어. 나는 친구에게 말한다. 잠이 안 와서 잠이 안 온다고 이야기했더니, 잠을 잘 수 있는 약을 두 개나 더 주셨어. 그래서 나는 밤에 6알을 먹어. 내 말에 친구는 말한다. 귀엽네. 나는 하루에 13알을 먹는단다. 우리는 귀여워진다. 친구는 내가 6알(아침, 점심 약을 합하며 거의 12알)을 먹는 것을 귀여워하고, 나는 알약을 먹지 못해 하나씩 먹어야 하는 친구가 물 1L를 마시면서 겨우 13알을 삼키는 것을 귀여워한다. 물 배 차겠네. 내 말에 친구는 답한다. 그래서 나 저녁 안 먹잖니. 아, 귀여워!
우울함은 마음의 감기래. 내가 말한다. 그럼 친구는 답한다. 난 감기가 너무 오래가서 폐렴이야. 또 옆에 친구는 말한다. 나는 만성 감기 환자야. 독감. 우울증이 대기 중에 있나? 우울증도 바이러스처럼 막 감염되고 그러나? 내가 말한다. 그러면, 친구는 말한다.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왜냐면, 난 너희들을 만나면 우울함을 잠시 잊거든. 그러다가 집에 가면 우울해. 옆에 있는 친구는 말한다. 그럼 집에 가지 마. 그럼 집에 가면 우울하다고 말했던 친구는 또 말한다. 그럼 더 우울해. 금세 둘은 투닥거리고, 나는 웃는다. 우울하지만, 웃기다.
우울한 사람은 약을 꼬박꼬박 챙겨서 먹는다. 우울감이 느껴지지 않아도, 느껴져도 먹는다. 약 먹는 시간은 기꺼이 잘 맞춘다. 빼놓지 않는다. 약을 먹기 위해 밥도 잘 챙긴다. 빼놓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체크한다. 나 지금 우울해, 아니다, 아직 조금 덜 우울해(?) 정도로.
물론, 아무도 무언가 물어봐주지 않고, 그래서 더 우울감에 빠진 이들도 있겠다. 그런 이들에게는 내가 묻는다. 물어보련다. "오늘 밥은 먹었어요? 물은요? 약은요? 잘 챙겼어요? 창문 열었어요? 잠시만 바깥에 공기를 맡아봅시다. 그리고 바로 닫아요, 추우니까. 그래도 우울해요? 정상입니다. 우린 계속 우울할 거예요. 각자의 우울을 잘 체크하도록 합시다."
1. (주관식 문항) 우울한가요? 오늘도 우울해요? 아니면, 조금 우울한가요? 우울할 것 같나요? 나에게 우울함을 불러오는 주체는 무엇인가요? 그 주체를 힘껏 끌어안고 터트려봅시다! 터트렸나요? 자, 그럼 다음 우울을 향해 렛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