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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한 Apr 02. 2024

아 나도 유튜브나 할까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방금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으니까. 아 나도 유튜브나 할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툭 뱉은 말이니 열심히 유튜버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은 제 글에 너무 노여워 마시길. 그냥 우울하고 조금 멍청하고 많이 귀여운 어떤 인간이 푸념하는 소리라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총총.


아. 정말 되는 게 없다, 요즘에. 이건 좀 우울이랑은 다른 느낌인데. 우울이 아니고 뭔가 분노랄까? 뭔가 여러가지 일에 계속 노여워하게 된다. 진짜다. 오늘 친구와 한 대화를 여기에 살짝 옮겨본다. 친구는 나와 동갑이고, 일하지 않는 백수다. 취준생은 아니고, 음.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구하려는 친구다. 그 친구와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아무도 나한테 열심히 살라고 하지 않는데! 나만 자꾸 마음이 불편해! 쉬지도 못해!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우린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어! 그러면서 서로 토닥거려주기도 하고, 다시 또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으아! 우리 같은 애들이 있어서 너희들이 잘 되는 거야 임마!(?) 너희들이 우리 같은 애들이 깔아주니까 빛나는 거라고! (그게 참 자랑이라고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유튜브나 할까 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그러다가 나왔다. 아 유튜브나 할까. 뭐할 건데. 몰라. 먹방? 아, 먹방은 내가 진짜 밥을 진짜 조금 먹고 맛없게 먹어서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럼 브이로그? 아, 브이로그. 나 근데 어디 안 나가서 뭐 찍을 게 없는데. 그럼 글 쓰는 거? 아, 글 쓰는 거. 근데 그거 계속 타자기만 두드리고 있으면은 뭐 좀 그렇지 않을까? 그럼 ASMR? 아, ASMR, 근데 우리 집에 강아지 키우잖아, 조용한 공간이 없어. 그러면, 뭐 어디 여행? 돈이 없잖아. 일단 그거 찍을 카메라도 없어. 휴대폰이면 요즘 다 되잖아. 아 귀찮아. 그래 유튜브 하는 사람들은 진짜 대단한 거야 그치? 그래 우린 이쁘지도 않고 잘생기지도 않고 뭔가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아! 중박이라고 그래서 더 대박이 안 나는 거야! 우린 그저 그런! (빼애애애애애액!)


이렇게 되다보니까, 우울할 틈이 없다 진짜. 우울할 틈이 없고, 너무 노엽다. 노여워! 아우 노여워! 아우!


일을 구하러 갔다. 자동차 배선 조립을 하는 곳이 있어서 갔다. 들어가자마자 중년 여성 분들의 (비하 아닙니다 제가 감히 제가 어떻게) 시선을 받았다. 나를 딱 보자마자 오래 못 할 것 같다고 했고 너무 어려보인다고 했다. 제가 어려보인다는 말은 너무 감사하게 받겠으나, 서른 다섯살이옵니다. 하자마자 잠시 정적이 일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쭉 하는데 월급이 100만원이랬다. 그리고, 부업이니 주업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다. 아하.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하고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10분만에 온몸이 훑어진(?) 나는 진이 다 빠지고 만다. 뭐 내가 고고하게 글만 쓰겠다고 그런 것도 아니고, 좀 살아보겠다는데! 아! 노여워라! 노여워라!


면접을 세 군데 봤는데 연락이 없다. 연락이 없는 건 괜찮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없고, 자격증도 없고, 기술도 없고, 경력도 없으니까. 그런데 그냥 노엽다. 아우, 노여워라. 왜 노여울까. 나는 나에게 노여울까? 세상아! 외치고 싶다. 세상에게 모든 탓을 돌려버리고 싶다! 세상아! 세상아! 노여워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페 옆 테이블 고등학생 친구들이 여름방학에 제주도 놀러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손등에 핏줄이 불거진 남자가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당장이라도 그 틈에 뛰어들어 나도 제주도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고, 손등에 핏줄이 불거진 남자는 내 경험상 별로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하면 진짜 미친 아줌마 소리 듣는 나이다. 나는 이제, 나는 그런 나이다. 나이를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렇게 된다. 나는 공모전만 붙으면 내 인생 필 줄 알았는데, 동서남북 종이접기처럼 입만 벙긋벙긋, 뭐가 나올지 모르고, 남쪽 4번 서쪽 3번. 정답은 바보입니다! 노여워라! 노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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