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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한 Apr 24. 2024

무례함과 솔직함의 기준은 내 마음이 정할 건데요

요즘은 무례함과 솔직함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러니까, 새로운 환경에 놓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시야가 넓혀지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어쩌다가 혹은 자연스럽게 '솔직함과 무례함의 차이'에 관련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솔직함이 무엇이고, 무례함은 또 무엇이다, 이렇게 내가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무궁무진한 예가 있고, 또 솔직하다고 여기는 것에도 무궁무진한 예가 있을 것이니까. 나는, 그 여러 가지의 데이터를 모두 훑어볼 자신이 없다. 고로, 무례함과 솔직함의 기준은 그저 내 마음에 달렸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1인칭의 세상을 살고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2인칭, 3인칭, 전부 다 알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시야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영원히 1인칭의 게임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나타나는 흔히 말하는 '빌런'들은 우리의 속을 한 번씩 뒤집어 놓기에 충분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캐릭터들은 쉽게 말해서 '어딜 가나 존재하는 미친놈'이라는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게 되기도 하는데, 정말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우리는 어딜 가나 또라이들을 만날 수 있다. 


나도 누군가의 또라이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는다. 나는 오늘 버스도 탔고, 피부과도 다녀왔고, 일도 했고, 그리고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무수히 많은 인물을 마주쳤다. 그들에게 나는 어쩌면, 또라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버스에 올라타면서 사람을 밀쳤을 수도 있고, 피부과에서 작게 대답한 것이 열심히 일하는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 하나하나 다 신경 쓰면서 어찌 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또라이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어딘가에서 또라이 같은 짓을 했다면, 그게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온다 뭐 그런 식으로 나는 체념하려고 한다. 아이고, 오늘도 또라이를 만났네. 아이고, 내가 벌을 받는구나, 그럼 나의 죄는 말끔히 씻어진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버티고 버틴다는 뜻이다. 


솔직한 것은 좋다. 가끔은 무례해도 좋다. 무례함으로써 나를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위일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아주 조용히 못되게 굴었다고 치자. 그럼 나는 그에게 시끄럽게 대응할 수 있다. 대들 수 있다. 남들이 봤을 때 나는 공공장소에서 갑자기 큰소리를 내는 또라이가 되고,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구는 이가 될 수도 있지만, 1인칭으로 봤을 때 그게 나를 위한 길이라면 나는 충분히 무례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요즘은 솔직한 것도 무례한 것도 어정쩡하게 흐르는 느낌이다. 솔직하다는 말이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흠처럼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나도 솔직해지고 싶다. 무례한 사람을 보면, 당신은 무례한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일러주고 싶다. 그런 건강한 솔직함을 가지고 싶다. 무례함이 앞서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요즘은 무례한 것이 하나의 훈장이라도 되듯, 그러니까 그렇게 행동하면 자신이 조금 더 편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구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러 큰소리를 내고, 툴툴거리고,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기분이 나쁘면, 상대도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런 간단한 감정의 공식을, 왜 다들 점점 잊어갈까?


무례하기보다는 솔직한 사람, 마냥 솔직한 것보다는 어느 정도 다정한 사람이 되자. 나는 그러고 싶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런 건강한 감정은 그 누구보다 나를 위해서 먼저 챙겨야 할 몫이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차이는 내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건강한 마음을 가지자. 건강하고, 바르게. 깔끔하게, 나의 몫을 챙기자. 내 안이 옹골차 허하지 않아야 주변을 둘러볼 힘이 생긴다.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바뀐 환경에 열심히 적응하며, 내가 조금 더 할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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