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빤히 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의 눈을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이름 모를 무슨 현상이 나타나서 그 거울 속의 내가 현재의 나와 다른 표정을 짓는다, 뭐 그런 이야기랄까. 조금 변형된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너 누구야?'를 계속 묻는다면, 또 거울 속의 나라는 존재가 다른 대답을 한다는……. 듣는 이에 따라 섬뜩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그리 무섭지 않았다. 답답할 때는 차라리 묻고 싶을 때도 있었다. '우리'라고 뭉뚱그려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뭘까? 나는 뭐야? 나는 뭘까? 너는 뭐니?' 같은 수많은 물음표를 저 너머로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다.
거울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화장하지 않고 지낸 지가 꽤 오래되었다. 선크림은 꼬박꼬박 바르는데, 굳이 정성스럽게 바르진 않아서 그냥 손에다가 조금 덜어 얼굴에 벅벅 문지르는 식이다. 그러면 외출 준비가 끝난다. 현관 쪽에 전신거울 하나가 있는데, 나가기 전에 살짝 쳐다보는 것이 전부다. 옷이 단정한지만 살펴본 채, 바로 돌아서서 신발을 신는 식이다.
물론, 씻을 때는 거울을 본다. 내가 하루 중에 제일 많이 거울을 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양치할 때. 나는 양치하는 그 시간 동안, 나의 얼굴을 살펴본다. 생긴지도 몰랐던 트러블이나 순식간에 늘어난 기미나 주근깨를 가만히 살펴보면서 양치한다. 백옥 같은 피부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기미가 있구나, 점이 생겼구나, 턱 밑에 또 뭔가가 생긴 걸 보니 곧 생리를 시작하겠네, 정도만 파악한다. 그렇다. 나는 거울을 보면서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 보지 못했던 뭔가가 자리한 나의 얼굴을 가만히 본다. 아직 주름이 늘었거나, 피부가 처졌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접힌 주름을 마주할 때도 오겠지.
나에게 거울은 나를 점검하는 형태로만 존재한다. 그 흔한 손거울도 가방에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중요한 자리가 있다면, 먼저 도착해 화장실에 들어가 얼굴을 살짝 확인하고 손을 씻고 나오는 것이 전부다.
거울의 나는 항상 무표정이다. 웃지 않고, 울지 않는다. 내가 그런 모습을 비춰보지 않았기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항상 무표정의 나를 본다. 입꼬리가 조금 처지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뚱한 표정, 끔뻑이는 눈, 그새 자란 앞머리, 눈밑에 자리한 어둠, 이런 것을 본다. 그런 것을 봐도 나는 알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언젠가는 그랬다. 얼굴을 보는 것이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해서 의식적으로 거울을 쳐다보지 않은 적이 많았다. 너무 적나라한 나의 피부와 얼룩덜룩한 얼굴색, 기쁨이라곤 한평생 느껴본 적 없는 것 같은 그런 무표정을 감당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괜히 시선을 돌렸다.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힐끔 보며 말았다. 끊임없이 나를 외적으로 점검하던 어떤 시기가 지나다 보니, 이젠 자연스럽게 내가 챙겨야 할 부분, 봐야 할 부분만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나의 방에는 거울이 없다.
거울을 보면 어색하다. 어쩌다 거울을 보거나, 유리에 비친 나를 보면 어색하다. 내가 앉은 자세나, 평소에 짓고 있는 표정이나 이런 모든 것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참으로 유한하기에 자라는 모든 순간이나, 하루하루 달라지는 어떤 것을 제대로 포착할 수 있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늘 하면서도 나는 나를 외면한다.
거울을 마주하고 섰을 때 거울에 있는 얼룩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눈을 가만히 응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짓지 않고도 가만히, 내 얼굴에 생긴, 나의 눈에만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러한 흔적을 찬찬히 볼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면, 문득,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이 내 삶에 침투하고 만다. 그리고 우습게도,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뭔가 다행스러워지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