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훈 Mar 18. 2020

진부한 것을 자세히 바라보기

새 책을 사는 것을 참 좋아한다.

과거에는 표지만 보고 사는 것도 좋아했는데

지금은 마케팅에 넘어가고 싶지 않은 강한 욕구로 표지를 들추어 보려고 노력한다.


사 놓고 책장에 쌓아 놓은 새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오래된 지식이 된다.

오크통에 와인을 넣고 발효하면 풍미가 좋아지겠지만

책을 묵히면 지식은 효용성이 낮아진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일하기 싫은 밤, 그 시간이 오면 꼭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것은

다 재미있는 일이 된다.

발행년도가 몇 년 지난 새 책을 보는 일도 즐거운 일이 된다.


그리고 한 장, 두 장 책을 넘기다 보면

소름끼치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제 산 책과 몇 년 전 산 책에 뼈대가 똑같다는 것을


늘 새 것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은 진부한 것,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같은 와인을 다른 박스에 포장했을 뿐이지

우리가 받아들이는 지식이라는 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오늘도 느낀다.


세밀하게 들여다 보지 않은 자체가 우스울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중적인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