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는 과학자에서 목사가 되련다
[12] 옷 정리
공대생은 체크남방만 입는다고 했던가? 그 공대생이 바로 나였다. 항상 무채색의 체크 남방이 전부였고 채도가 높은 옷은 하늘색이 전부였다. 그래도 옷을 좋아했기 때문에 나름 유명한 브랜드의 남방을 입었는데 무엇을 입어도 그냥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을 다닐 때는 나름 공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져서 적당한 캐주얼 정장을 입어도 나름 꾸민 공대생이었다. 꾸며도 공대생, 꾸미지 않아도 공대생, 숨만 쉬어도 공대생이었던 나의 대학 4년은 공대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옷을 많이 사지 않았었다.
시간이 얼만큼 지났을까? 거울을 보는데 대학생에서 웬 아저씨가 있었다. 분명 아직 어린게 맞고, 여러보이는건 사실인데 분위기가 굉장히 칙칙했다. 왠지 냄새도 나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옷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옷을 정리하면서 아끼던 옷들을 오랜만에 입고 거울을 보니... 분명 좋아하고 어울리던 옷이었는데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았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변해서 옷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아니면... 내가 너무 옷을 입을줄 모르는 것이었을까...ㅋㅋ
[12-1] 내게 맞는 옷
하고 있는 일에 어울리는 옷이 있다. 내가 입어야 하는 옷은 원래 정해져있었던 것일까?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때에 따른 내가 입어야 하는 옷들을 입어왔지만 꾸준하게 입을 수 없었다. 잠시 어울릴 수는 있어도 금방 불편한 옷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입어야만 했던 옷을 입으니 어울리는 수준을 뛰어넘어 옷 자체가 내가 된다. 하고싶었고, 해야 하는 일을 하니까 미친듯이 재미있고, 너무 즐겁고, 피곤하지가 않다. 높은 마음은 낮아지고 낮은 마음은 높아지면서 내가 해야만 했던 일로 많은 영향력을 나누어줄 수 있게 된다. 그 옷은 내가 가야만 했던 자리를 정확하게 가도록 한다.
[12-2] 새로운 옷
전공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적다는 말이 정확하더라. 내 전공은 생화학이었고 연구원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과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세상을 나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되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 내가 가야만 했던 일이 정해져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나"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져 가는 과정 속에 깨닫게 되느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