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7] 첫 고백
내가 들어야 하는 단과대학 수업보다 선택과목으로 타학과 수업을 많이 수강했었다. 기계에 호기심이 많다는 이유로 역학 수업을 듣다가 기겁했다. 하지만 굳이 선택해서 수강했던 이유는 수업 OT 때 같은 책상에 앉았던 학번 동기들과, 타학과 선배들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공대라고 한다면 남학생들이 많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학생들이 많았다. 역학 수업은 1학년이 듣는 과목이 아니었지만 23학점까지 수강 가능하다는 것이 무조건 23학점을 채워들어야 하는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엔진에 대해서 배우는데 강의 3시간 중에서 3시간 내내 이해를 하지 못했다. 교수님께서 한 학기 팀플 과제로 엔진을 만들어 오라고 하셨는데 같은 책상에 앉았던 팀원들이 고이다 못해 기계에 환장하는 썩은 물들이었다. 그중에서 학번 동기 여학생이 있었는데 허리츰에 연장을 차는데 팀원 남학생들이 여왕처럼 모셨다. 엔진을 짚어 넣기 위한 틀을 나무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와 나무를 톱으로 자를 때 동기 여학생이 톱질을 했다. 체구도 나보다 작았더 친구가 톱질을 하는데 정말 매력있었다.
당시 3D프린터 기계가 프로토타입으로 막 나오기 시작할 때였기 때문에 기계공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CAD와 같은 설계를 어깨 넘어로 많이 배웠다. 지금의 3D 프린트처럼 필라멘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석고가루를 이용해서 석고를 굳혀서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었는데 톱질했던 여 동기가 엔진에 넣을 관을 프린트하려는 모습을 보다가 너무 멋지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하지만 멋지다라는 말보다 다른 말을 듣고 싶었는지 "아니지" 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굳고 더듬거렸지만 "예쁘다"는 말을 다시 고쳐서 말했을 때 "옳지"라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재미있던지 아직도 더듬 거리던 지난 나의 20살 흑역사처럼 느껴지지만 나름 귀여운 순간이라 생각한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의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대학에서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학과 동기들과, 여러 학번 동기들을 통해 나는 사랑 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대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로 다같이 어려움이 가득했었겠지만 그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아가려는 사람들 덕분에 낮았던 나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사람들을 사랑 할 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나의 지난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을 위해 주어진 하루를 사랑할줄 알게 된 낭만 넘치는 캠퍼스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