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8] 꽃을 받았는데, 나를 꽃으로 만들어주더라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서툴었지만 공부를 열심히하면서 세상을 배워가고 있었고, 험난한 대학 라이프 속에서 모든 수업이 동기들 덕분에 너무 재미있어졌다. 캠퍼스 속에서 작은 세상을 보았고 그 세상을 보니 세상 속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보였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한 공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한 마음이 컸다. 학과 동기들과 학번 동기들을 통해서 내가 충분히 사랑 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공대 실험수업 팀플로 만난 여동기 H와 동기라는 이유로 이야기를 엄청나게 나눴다. 그 친구는 본인의 학창시절에 어떤 사람이었다는 이야기 보다 하고 싶은 미래의 시간을 많이 나눠주는 친구였다. 20살은 현실감각이 없을 수 있지만 자신의 20대 중반과 후반, 30대의 시간을 20살 때부터 그려보는 친구였다. 미래의 시간을 이야기할 때마다 눈이 깨끗하게 닦은 유리처럼 정말 맑았다.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나도 과거에 얽메어있지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며 "나"를 만들어 갈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3D프린터의 프로토타입이 한참 나올 때였다. 필라멘트를 녹여 프린팅하는 지금의 3D프린트와는 다르게 석고를 굳혀서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3D프린팅을 한참 배우던 시기에 H와 프린터기를 만지는 중에 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멋지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H는 멋지다는 말보다 다른 말을 듣고 싶어서 "아니지"라는 말과 동시에 나는 더듬거리며 "예쁘다"는 말을 해주었다. "옳지"라는 H의 말에 괜시리 쑥쓰러웠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나는 창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같이 일해볼 친구들을 찾아다녔고 2명의 친구를 만났다. 중간지점이었던 우리 학교에서 교수님의 허락을 받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실험실에서 노트북 3대로 일을 시작했다. 나름 사장의 자리에 있다며 내가 현실화 시키고 싶은 이 아이디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러 다니느라 학교 수업은 뒷전이었다. 공대 수업에 나오지 않는 나를 찾았던 H에게 나의 창업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에 기숙사에 있던 나를 밖으로 불렀는데 손에 노란 꽃다발이 있었다. 많이 놀랐지만 창업 축하한다며 꽃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 꽃다발을 주는데 유난히 그날따라 꽃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그리고 유난히 그날따라 H가 너무 예쁘게 보였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꽃다발이어서 다음 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