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10] 클럽에서 카페로
나는 자연과학대 소속이었지만 공대 수업을 들으면서 공대 학번 동기들과도 친해졌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놀러가자는 말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시험을 마쳤으니 놀러가고 싶었다. 수업이 마치면 나는 방과후 교사와 과외, 그리고 알바와 밀린 스타트업 일들을 마무리 하기 위해 정신 없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하루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서 제대로 놀아보려고 했다. 친구들이 클럽을 가자는데 미디어로 먼저 접했던 클럽은 나에게 무서운 곳이었다. 괜히 긴장되서 배가 아픈 것 같았다. 내가 알바를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클럽을 가자며 다들 약속을 잡았다.
알바를 일찍 마쳐서 클럽 앞에서 동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큰 입구는 아니었지만 다들 밤이 되니 줄을 서기 시작한다. 옷은 누가 봐도 20살 공대생 옷이었다. 괜시리 간판 사이로 비춰진 내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만져보는데 진짜 어색하다. 나를 포함한 8명이 클럽으로 들어가는데 입장료 만원이 너무 아까웠다. 클럽에 놀러와서 동기들은 무아지경이었는데 노래가 너무 커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지만 밴드 드러머, 교회 드러머였던 나로서 박자를 무의식적으로 타면서 클럽을 구경하고 있었다. 구석구석 다녀보니 낯 간지러운 일들도 많이 보고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1시간 동안 박자를 느끼다가 지쳐서 테이블에 앉았는데 건너편에 8명의 여성분들과 함께 우리 좁은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나를 제외한 7명 동기들과 4명의 여성분들은 춤추러 나가시는데 자리에 그대로 앚아있는 4명의 표정을 보니 나처럼 끌려온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ㅋ. 알고보니 끌려온 것이 맞았다. 그 4명에게 카페 가자며 친구들 몰래 클럽을 나왔고 어떻게 끌려왔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클럽에서 빼았겼던 체력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케이크를 먹으며 짧게 각자가 경험한 20살의 2개월을 말하며 꿈 꾸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세상에 생각보다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 이상만 쫓아가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본이 되고,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클럽에서 만난 4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4명 중 2명은 누나들이었지만 누나들 덕분에 대학 라이프를 미래지향적으로 준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클럽에서 박자를 느끼면서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각자가 꿈 꾸고 소망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람들마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에 따라 나의 정체성은 확실해진다. 클럽도 낭만있었지만, 클럽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 덕분에 낭만이 넘치는 "지금"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