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살, 대학의 구조조정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12] 꿈만 쫓으며 살아갈 수 없지만 소망이 곧 힘이더라

반값 등록금으로 굉장히 시끄러웠던 시기였다. 당시 정부는 대학마다 새어나오는 불필요한 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구조조정이 들어갔다. 불필요한 돈을 줄이니까 대학에서 새로운 운영이 시작될줄 알았지만 새로운 운영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어른들의 주머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였다. 대부분의 학과들을 통폐합 한다는 소식에 큰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기초과학 학문을 폐합한다는 소식이 조금은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나로서 기초과학 학문을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면 전문인 양성이 어렵다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 학교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내가 속한 자연과학대학과 나의 학과가 위태롭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배워야 하는 학문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른들을 설득하기 위해 H 총장님을 선배들과 자주 찾아가기도 했다. 학교 입장은 입학신청 인원이 줄어들고 학과 유지를 위해 돈은 써야 한다는 말이 이해는 되기도 한다.


인생은 장기전으로 각자에게 투자 되어져야 하는건 맞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당장"의 일들을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어른들과 어린 어른들의 교집합을 전혀 찾지 못하는 시위와 대화였다. 시간이 많이 지나 조금 더 어른이 되어보니 왜 사회에서는 "나중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중에"라는 말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도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지금을 살자고 미래지향적인 투자를 버릴 수만은 없었다.


아주 바쁘고 정신없는 신입생을 보냈다. 개인적인 심적 변화들과 생각의 변화들도 많았지만 나의 환경들이 굉장히 변했다. 어른 같은 20살 동기들과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나의 줏대(Purpose)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구체적인 나의 미래 계획이 불확실해서 가고자 했던 대학이었지만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사람을 배웠고 세상을 배웠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인간관계를 배우고 그 관계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세상에 좋은 영향을 가지고 올 수 있는 힘을 배울 수 있었다. 만약에 일어나야만 하는 큰 역사 속의 나의 시간이라면 준비되어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받아드려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큰 역사의 틀에서 나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데 너무 좋은 사람들과 내가 경험해야만 했던 일들을 경험해서 나는 대학 라이프에서 나의 낭만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keyword
이전 12화20살, 대학에서 배운 것 :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