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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대학에서 배운 것 : 세상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11] "내 사람" : 낭만은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닌, 내게 있는 것.


한참 공무원 열풍이었던 고등학교 분위기를 뛰어넘어 대학을 선택했다. 생명공학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대학을 선택했지만 사실 하고 싶은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불확실 했기 때문에 일단 대학을 가보자는 선택도 있었다.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뇌과학 분야였지만 더 세부적인 나의 미래는 일단 대학을 가서 고민을 하기로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 사람인지,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은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쯤 이었을까? 대학을 가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보다 늦게 찾았다. 신경유전질병 혹은 신경치료에 대해서 연구하고 싶었다. 가장 관심있었던 것은 신경연결과 면역유도로 사람들 몸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화학적 반응을 연구하여 신약 개발과 백신치료 연구가 목적이었다. 그 공부를 기반으로 BCI(Body-Computer interfacese)와 같은 의료기기를 저렴하게 개발할 수 있는 연구로 장애가 없는 세상을 꿈 꾸고 소망하고 있었다.


대학에 와서 너무 많은 것을 실망했다. 대학 구석구석마다 남아있는 부조리와 부당한 일을 부당하지 않을 일이라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대학교 신입생 라이프는 눈물 밖에 없었다.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공부를 온갖 방법들로 방해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과외와 학부연구생, 알바, 방과후 교사, 스타트업 등 일을 굳이 많이 했던 이유는 학교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페이스북 <전국 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현타가 왔던 대학생들로 YOLO를 외치며 대학을 중퇴하거나 하나 뿐인 인생을 즐기겠다며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넘다가 밖에서 많은 사고들도 있었다.


첫 학기를 종강할 때였는데 감정소모도 많았고, 체력소모도 많았고, 주변 내 사람들도 각자의 길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군대를 가야하는가 고민을 했지만 아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군대 가는 것은 어려웠다. 대학이라는 작은 곳에서 이렇게 힘들어 한다면 나중에 대학 밖을 나가 삶을 살아내야 할 때 더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한학기 동안 만났던 "내 사람"들을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 덕분에 나의 상황과 환경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지금"이라는 시간에 집중 할 수 있었다. 대학이라는 소속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고, 밖에서 만났더라면 그냥 스쳐서 지나갔을 법한 사람들이었다. 잠깐의 만남이었을지라도 나에게 큰 인사이트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나의 존재가 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나를 꽃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던 사람들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내 사람"들,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내 공간"을 만들어 내가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가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함께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알고 있는 공부와 분야들, 그리고 내가 믿고 있는 신념들과 줏대(Purpose)를 가지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찾아야겠다며 다짐했다.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을 그 아무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시간과 사람들, 그리고 환경을 내가 열심히 가꾸어야만 했다는 것을 알았다.


낭만은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닌, 내게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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