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학생 1학년 남자들의 디저트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5] 설빙


고등학교 3학년 때 설빙이란 브랜드가 나오면서 인절미빙수가 큰 인기를 가지게 되었다. 수능 끝난 이후 시작했던 첫 알바가 설빙이었는데 콩가루 많이 올려달라며 맛있게 먹으려다 기침과 동시에 코로 콩가루가 나오던 여학생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설빙 생각이 자주 났다. 기숙사에서 설빙이 있는 곳까지 버스 타러 가는 시간과 버스 기다리는 시간 포함해서 1시간이 걸리는 곳에 있었는데 아무리 설빙이 자주 생각나더라도 1시간이나 걸려서 설빙을 먹으러 가고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친해진 학번 동기들은 설빙을 좋아해서 1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가자고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전교생이 3만명이 넘어갔기 때문에 규모가 컸지만 학교 앞에 먹을 곳이라곤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설빙을 가맹점 열어서 장사하면 잘 되지 않겠냐고 자퇴도 나에게 권유하기도 했었다.


기숙사에서 자주 놀던 학번 동기들의 전공은 기계공학, 생명공학, 물리학, 의생명과학(나), 경영학, 영문학, 전자공학으로 공부하는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징그러운 남자들끼리 설빙을 먹으러 가자니 정신 없을 것 같아서 만들어 먹어보자고 하니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라고 재료를 찾아보았다. 눈꽃빙수는 우유로 만들어지니까 우유 1L짜리 5개안에 1/5씩 설탕을 넣어서 얼리고, 기숙사 뒷편 샛길로 나가면 보이는 떡집에서 콩가루를 받아와 콩가루를 넣어 먹었더니 진짜 설빙 맛이 났었다. 콩가루만 넣기 아쉬워서 쿠앤크 느낌으로 과자들을 사와서 얼려진 우유를 긁어서 각자의 양푼이에 담아 먹었더니 설빙이라고 좋아했다. 하지만 이렇게 먹기 위해 우유를 얼리기까지 하루가 걸리는데 차라리 1시간 달려가서 설빙에서 진짜 설빙을 먹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이런 기숙사 생활이 재미있어서 20살의 기숙사 라이프가 나름 낭만있었다. 그 나이 때만 생각 할 수 있는 병맛 같은 낭만이 너무 재미있었다.


동아리 사람들과 비빔면 전쟁


keyword
이전 05화대학생 1학년 남자들의 기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