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한은 Jan 23. 2024

수학 못하는 과학 쌤

[Poem] 너를 보니

 고등학생 3학년 때 수학점수가 반에서 2등, 전교에서 17등, 모의고사는 항상 4등급, 수능은 98점 2등급이었다. 수능 점수를 듣는 사람들은 어떻게 2점짜리를 틀리냐며 같이 웃으면서 넘기기도 했었다.


 중학생 때는 294명 중에서 전교 290등이었는데 수학을 갑자기 잘하게 된 것은 아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던 노력파였기 때문에 등수가 뒤에 있는 친구들의 고민과 등수가 앞에 있는 친구들의 고민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


 지금은 과학을 가르치는 삶을 지내고 있지만 가끔 수학을 배우기 원하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오랜만에 수학의 정석을 꺼내보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중학생이 대부분이고 고등학생은 2명이어서 고등 수학의 걱정은 조금 덜기는 했다..ㅋㅋㅋㅋ


 수학 뿐만 아니라 공부를 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정말 많이 던진다. 왜 공부를 해야하며, 이 공부가 어떻게 세상에서 사용되는지 생각을 해봤냐는 여러 근본적인 질문을 만들어준다. 이 질문의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질문을 통해 직접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생각한 무언가를 입으로 꺼내보는 것을 해본적 없는 학생들이었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대부분 입으로 직접 꺼내보지 않은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과학 전공자이지만 스스로 고민하고 그 고민한 생각을 꺼내보는 방법으로 수학을 정말 많이 사용해 왔다.


2024년, 한달간 교회에 합숙하여 수학 배우는 아이들 ㅋㅋ
얘들아 쌤과 수업할 때는 틀린 답이 없어
오직 정답만 있으니까 마음껏 문제를 상상해봐

 연습문제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체점을 해보면 아이들은 한숨만 쉰다. 그와 동시에 나는 많이 틀리고 적게 틀리는 것은 절대 중요하지 않고 틀린 부분을 통해 어디를 채워야 하는지 알게 되기 때문에 천천히 하면 된다고 말한다. 정말 천천히 하면 되는데 너무 급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가치관, 관점을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아닌 나의 방법을 참고하여 아이들이 자신만의 색깔과 방법들을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나에게 배운 수학은 풀이법을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을 가지며 문제에 대한 생각을 통해 공부와 세상을 잘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내가 네게 물을 주어 네가 자라나는데
내 마음도 더욱 네게로 자라가는구나
네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을 보게 되고
내가 너희를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보니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는구나

- 네 모습을 보니 -

2023년6월 과학 쌤 시


 나와 함께 하고, 함께 했고, 함께 알게될 우리 모든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


https://www.youtube.com/watch?v=xfcXrSx4JM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