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아무와 말을 섞지 않았다

[Essay]

by 한은

[4] 말을 아끼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남에게는 엄격하고 본인들에게 관대한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싫었다. 세상에서 본인이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듣고, 군대에서도 들어왔지만 아무리 당시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스토리가 없는 사람들이 어디있겠는가? 삶의 모든 시간이 어떻게 평탄하기만 하겠는가?

고등학생 때부터 집에 어려운 일들이 많았고, 사람들한테 버려지는 순간들도 정말 많았다. 성인이 되어서 본의 아니게 대학생활 2개월만에 독립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 찾아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 중 한가지이다.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마음의 그릇이 조금은 넓어져서 그랬던 것일까? 여유를 가질 줄 알게 되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 직면했었던 사람들도 분명 많이 있겠지만 일찍 여유를 배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른이라는 시간을 배우고 또 배우면 배울 수록 스트레스의 수준은 더 커지고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일만 생긴는 것일까?


내로남불이 너무 심각한 사회와 내가 있었던 여러 장소들에 대해서 말을 이제 섞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1년간 나의 직장에서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완전 섞지 않았다라기 보다는 업무 외에 다른 힘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업무외 다른 개인적인 연락은 일절 답변을 하지 않았고, 좋은 만남으로 이어져왔던 사람들의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선택을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큰 실수 중 하나였다. 더 철저한 혼자가 되니까 더 외로워지고 외로운 마음이 극에 달했을 때 PTSD처럼 특정 감정이 느껴졌을 때 갑자기 공황이 찾아오기도 했다.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끼는 것과 나를 위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배려의 차원을 넘어 공동의 이익이라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누가 되었던 손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말을 하지 않게 되면서 나 자신을 더욱 외로움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 있었다.


[4-1] 나는 나였다. 내 인생은 나의 인생이었다.


너무 많은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고, 너무 복잡한 생각들을 하는 중에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은 그만 두기 어려웠다.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었고, 직장도 있었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과 생각들이 나를 덮어도 일은 해야만 했다, 학생들을 만나야만 했다. 그 모든 일들이 너무 힘들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약이었을까? 언제부터인가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하는 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1년이란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지나고 돌아보니 내게 복잡한 감정과 생각으로 많이 아파해본적이 없었다. 주기만 하다가 탈진되는 순간이 나에게 없었다. 가끔은 아껴서 나를 위해 사용할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이런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해야만 했던 시간이 있어야만 했던 것일까?


나는 1년만에 내가 겪어야만 했던 시간이라면 받아들여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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