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대담할 필요가 있다.
그 돈으로는 집 못 구해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집을 구하는 것이라는데, 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나는 처음부터 결혼비용으로 1억 이상 대출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터라 우리는 한정적인 자원과 컨디션으로 집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고, 우리가 보는 집의 평수는 계속 작아져갔다. 어느 날은 부동산 중개업자가 "그 돈으로 그 동네에 집 못 구해요."라고 날린 팩트 폭격에 톡 하고 눈물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아 서럽다 서울살이'
우리의 신혼 전셋집 조건은 (나름) 소박했다.
1. 방이 2칸 이상인 빌라일 것
2. 지하철역이 도보로 10분 이내일 것
3.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에서 한 두정거장 정도의 거리일 것
네이버 부동산에서 약 100여 개의 집을 기웃거리다가 처음으로 집을 보러 가는 금요일 저녁. 생전 집을 보러 다녀본 적이 없었던 나는 뭘 봐야 하는지 뭘 확인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중개인보다는 현재 살고 계시는 분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해가며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오빠와 나는 "우리 조건에 다 맞아서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반면 복병이 있었다. 바로 엄마. 엄마는 "동네가 너무 외지다"부터 시작해서 "주방이 너무 작다" "엄마가 다시 알아보겠다"등등의 불만들만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서러웠다. 내 나름대로 발품 손품 팔아가며 우리 수준에 맞는 집을 찾는다고 찾은 건데 내 노력을 무시당하는 것 같았고, 오빠도 엄마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마음을 추스른 다음날 아침, 오빠와 나는 밝을 때의 느낌을 보기 위해 한번 더 집을 찾았고 우리의 조건에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은 그 집을, 덜컥, 계약했다. 내 생에 첫 집을 이렇게 단숨에 구해버리다니-
모든 가구와 가전, 인테리어 소품을 다 들인 지금 결과적으로 우리 신혼집은 대성공했다. 그때 이 집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할 수 있었을까.
가끔은 대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