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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May 25. 2023

괌에서 장애인들은 어떻게 쇼핑을 할까?

케이마트에서 마주한 그들의 일상

대구에 있는 범어네거리만 나가도 도로 가득히 차가 주욱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귀하디 귀한 주차장은 하나같이 만차, 어쩔 수 없이 갓길에라도 주차 한번 해볼라치면 근방을 몇 바퀴나 돌아야 할 정도로 주차난이 심한 한국. 그런 곳만 경험하다가 어디를 가든 주차공간이 널찍한 괌을 가니 주차스트레스가 없다는 사실이 어찌나 멋지게 느껴지던지!


괌을 드라이브하면서 마주한 차량들은 대부분 트럭처럼 커다란 차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주차라인도 넓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현지인들의 체격과 큰 차량을 몰고 다니는 그들의 차량 선호도를 반영하여 이렇게 넓게 만들어 둔 것인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여유로웠다. 비장애인 주차구역도 넓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장애인 주차구역은 오죽할까, 아닌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장애인 주차구역은 문을 활짝 열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량들은 모두 장애인 주차가능 표지가 모두 백미러에 달려있었는데, 덕분에 한국에서는 가까이 가야 겨우 장애인 차량임을 인지할 수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지나가면서도 장애인 탑승 차량임을 발견할 수 있어서 아주 직관적이고 편리했다.

GPO에 주차되어있던 장애인 차량, 파란색의 장애인주차가능표지가 잘 보인다.

시원한 장소에서 모든 물건을 사기 위해서 우리가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를 방문한다면, 이곳 괌에는 케이마트가 있었다. 넓디넓은 내부만큼이나 주차공간도 넓은 케이마트.

특히나 케이마트의 장애인주차구역은 차량을 내리는 곳 양옆으로 파란 사선으로 널찍하게 공간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넓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역시 주차장이 넓으니까 이렇게 장애인 주차구역도 넓게 만들어놨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주차장에서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K 마트

우리 차 옆에 주차를 한 그는 전동휠체어에서 내려서 차를 타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다리는 불편하고 몸은 무겁다보니 전동휠체어에서 일어나서 자신의 차량으로 몸을 옮기는 모든 것들이 힘겨워 보였다. 태양을 피하기 위해서 후다닥 물건을 신고 차에 올라탈 수 있는 우리와 달리, 그는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자신의 차로 이동하기 위해서 무던히 애쓰고 있었다.


무릎과 다리 힘을 쓰는 것이 힘겨워 손으로 다리를 옮기고 반동을 이용해 전동휠체어에서 겨우 일어나는 그는 앉은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도 버거워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곁에서 아빠가 도와주기 위해서 이리저리 애썼으나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라 거의 어찌할 바 몰라서 버둥거리곤 했지만, 그가 장을 봐온 물건을 차로 옮겨주는 일은 도와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겨우 차 안에 앉는 것에 성공한 그가 물을 마시면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그가 가져온 휠체어를 차에 실어야 하는지 물었더니 그저 그곳에 놔두면 된다고 하였다. 의아하여 그가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그제야 이것이 마트 전용 카트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문득 케이마트에서 장 볼 때 어르신들이 이와 같은 전동휠체어에 앉아서 장 보는 모습들이 기억났다. 개인 휠체어인 줄 알았는데 마트 자체의 자산이었다니! 장애인들을 위한 마트 측의 배려가 놀라웠다.


아, 그래서 이렇게 주차구역이 더 넓었던 것이구나!

주차를 하고 전동휠체어로 옮겨 타기 위해서는 차문을 활짝 열어야 하고, 차 바로 옆에 전동휠체어를 둘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파란 사선으로 주차구역을 넓게 표시해 두었던 것임을 깨달았다.



마트용 전동휠체어는 한국에 있는 바구니 있는 전동휠체어와 비슷하게 앞쪽에 바구니가 달려있는 형태였는데, 더 많은 물건을 담기 위해서 바구니의 크기가 꽤 크다는 점이 달랐다. 드넓은 케이마트를 이리저리 다니며 편하게 쇼핑을 하기에도 딱 좋아 보였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모습들을 본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들은 개인 전동휠체어가 없어도 마트에서 편하게 장 볼 수 있다는 점이 멋졌다. 한국의 마트들은 높으면 3층까지 있는 규모에도 직접 걸어서 장 봐야 하지 않은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일조차도 버거운 그가 이렇게 먼 걸음을 뗄 수 있는 것의 이면에는 적어도 여기까지 오기만 하면, 마트에서는 편하게 장 볼 수 있는 카트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대형마트에 카트 겸용 휠체어가 준비되어 있다면 거동이 불편한 누군가가 외출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고, 우리도 마트 곳곳에서 혼자 장 보는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우리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 올려 보여주며 숨을 고르는 그를 뒤로하고 떠난 케이마트는 괌에서 거주하는 장애인들의 삶을 아주 짧게나마 엿볼 수 있었고, 장애인의 편의증진을 위해서 마련된 괌의 체제들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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