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회전문가 Sep 24. 2021

좋은 건 너무 힘들어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

운동을 하다 힘들면 화가 나. 

왜. 도대체 왜 좋은 것을 유지하고 향상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거지? 좋은 건 분명 좋은 건데, 왜 좋은 걸 하려면 항상 애를 쓰고 노력해야 하냔 말이야!


바른 자세가 좋은 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 알지. 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바른 자세로 살진 않잖아. 만약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아는 만큼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병원 중 반 이상은 망했을 걸. 하지만 병원은 망하지 않았고 망한 건 인간뿐이야.


몸에 좋은 음식도 그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대부분 맛이 없거나 맛이 있어도 인스턴트만큼의 중독성이 없잖아. 그나마 나이가 들어가면서 입맛이 바뀌고 신체 컨디션이 바뀌어 건강식을 찾게 되긴 하지만,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건 건강식이 아닌 떡볶이나 라면, 치킨, 피자, 짜장면인 걸.


운동은 뭐 말할 것도 없어. 매번 해도 매번 힘들며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것이 운동이니까. 할 때마다 짜증이 나고 너무 아파서, 혹시 운동으로 건강해진다는 것은 미래의 고통을 현재로 당겨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각자 삶에는 정해진 고통의 총량이 있어서 운동으로 미리 통증을 사용한 사람들은 나중에 그만큼 덜 아파지고,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밀린 통증이 한꺼번에 오기에 병이 걸리는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불만인 건 이거야. 나와 가장 가까우며 가장 먼, 할 수 있지만 해내지 못하는, 당연히 내 것이지만 당연하게 조절해내지 못하는 것. 바로, 마음.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긍정적인 마음을 품는 일이 제일 힘들고 어려워. 노력해도 성과가 잘 쌓이지 않아. 칭찬, 선망, 축하, 사랑, 용서 같은 밝고 따듯한 마음들은 때로는 지나치게 가벼워서 날아가버리거나, 과하게 무거워서 도저히 안고 있을 수 없다고! 이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과는 결코 다른 문제라니까? 


옳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걸 아는 것은 이성이지만 그른 것에 끌리는 건 본능이잖아. 아주 어릴 때를 떠올려 봐. 다들 어릴 때 곤충 채집한답시고 살아있는 잠자리나 매미의 날개를 뜯어본 적. 있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풍선을 던지거나, 코딱지 파먹고, 남의 물건을 뺏고 내 거라고 우는 것도 다들 한 번씩 해봤잖아. 왜? 아이니까. 아이는 모르니까. 그게 왜 나쁜 건지, 그게 왜 더러운 건지. 아이는 [아직] 교육받지 못했으니까.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해. 이 행동과 말이 나쁘단 걸 배우고, 올바른 가치관과 넓은 시야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물론 배운 데로 살지 않더라도 말이야. 


그렇기에 힘든 것이 아닐까. 배워야 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배워야 하고, 참아야 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걸 자연스럽게 해내야 되기 때문에. 이러니 화가 안 나고 배겨? 애초에 긍정적이고 좋은 것을 더 좋아하는 쪽으로 만들어졌으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했을 것을. 처음부터 공부가 재미있고, 몸에 좋은 게 맛있고, 좋은 생각과 행동만이 즐겁게 설정되어 있었다면 모두가 편했을 것을. 왜 사람의 기본값은, 아니 나의 기본값은 못난 것 투성이냔 말이야. 인간은 왜? 도대체 왜?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은 드라마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 


“나도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 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도 선택.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 이제 난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아.” 


하. 맞는 말이네. 답이 없는 것도 답이고, 이유가 없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 물론 좀 더 파고 들어간다면 인간의 생존과 연결된 원초적 본능이라던가, 시대나 환경에 따른 발달된 또는 후퇴된 감각이라고 따지고 들 수 있겠지만, 더 이상의 궁금증은 내게 의미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걸. 정답을 알게 된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을 테니까. 


그러니 어차피 이유를 알 수 없다면, 차라리 이유보다 결과에 중점을 두기로 했어. 결과가 개운한 쪽에 손을 들어주는 거야. 할 땐 좋지만 하고 나면 찜찜한 일보단 할 때 힘들어도 하고 나면 뿌듯한 일이 앞으로 내게 옳은 일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그러다 보면 언젠가 좋은 에너지가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겠지. 자연스럽게 행복해질 수 있겠지. 그럼 이 운동도..... 즐거워질 수 있을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이제 운동하러 가야 되거든. 일단 오늘도 버텨 보자고. 아자!!

이전 08화 노화 말고 성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