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현 Jan 06. 2021

작은 소원

당연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힘들었다. 우울했다. 최악이었다. 

2020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2020년 꽤 괜찮은 1년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 역시 그랬다. 4학년이다보니 예전보다 여유 있는 시간표. 무난하게 성공한 수강신청. (특히 4학년은 졸업프로젝트 수업이 있다보니, 수강신청은 더더욱 중요했다!) 평소에 나랑 잘 맞았던 교수님의 졸업프로젝트 수업을 수강하게 되어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틈틈이 독립책방에 입고도 해보고 플리마켓도 나가봐야지. 예쁜 카페를 돌아다니며 작업도 많이 해야지.     


이렇게 기분 좋은 계획으로 가득찼던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모든게 무산되어버렸다. 학교는 1년 내내 온라인 수업으로. (2020년에 학교에 직접 간 날은 졸업전시 촬영날 딱 하루 뿐이었다.) 독립책방 입고와 플리마켓도 중단. 당연히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도 중단. 무엇 하나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날들을 집에서만 있다 보니, 우울함과 불안감이 심해졌다. 그리고 이 사건의 원인인 중국,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위선적인 사람들의 기사로 가득한 뉴스를 보다 보니 화만 쌓였다. 여행 가고 싶은 거 참고, 밖에 나가서 작업하고 싶은 거 참은 나만 바보가 되는 느낌. 게다가 나는 대학생활의 마무리인 졸업전시도 온라인으로 하게 됐는데? 


이런 생각들만 가득찬 상태로 1년이 지나갔다. 행복했던 2019년과 비교돼서 더욱 우울했던 2020년. 내년엔 부디 당연했던 일상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지만 제일 간절한 소원을 담아 2020년의 마지막 날 이 그림을 그렸다.     


안 좋은 기억들은 다 날려보내고,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는 뜻으로 기도하며 풍등을 날려보내는 그림. 아마 평소와 같았다면 사람들이 모여서 실제로 풍등을 날려 보냈겠지. 그림에서 기도하는 것처럼, 내년엔 당연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우울함과 최악이라는 단어들은 2020년에서 끊어버릴 수 있기를. 2021년은 행복했고, 썩 괜찮았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가 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고마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