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주니어 심사 첫 도전!
2017년 9월 나는 아이들의 첫 심사를 위해 이른 새벽 눈을 떴다. 아직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는 시험을 볼 수 없었기에 서울로 올라가야만 했다. 아직은 잠에서 덜 깨 부운 얼굴로 나오면서도 긴장감과 설렘이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보였다. 시험은 애들이 보는데 왜 내가 이렇게 떨리는지 모를 일이다.
서울로 이동하는 시간은 걱정되는 마음과 달리 뻥 뚫린 고속도로를 통해 금방 도착했다. 차가 막히면 어쩌나 걱정한 게 무색할 만큼 이른 주말 아침 고속도로는 뻥 뚫려 막힘이 없었다. 생각보다 여유롭게 도착한 우리는 대기실에서 연습을 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에 있었고, 굉장히 어린 친구들도 줄넘기를 너무 잘 했다. 시험 종목을 완벽하게 연습해왔지만, 어쩐지 다른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떨어질 것만 같았다. 어차피 상대 평가도 아니라 다른 응시자들의 실력과 시험은 상관이 없는데 괜히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근데 가만 보니 그런 걱정과 긴장은 나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시험을 보러 온 우리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연습하는 것도 봐주고, 새로 배운 기술도 해보고 다른 아이들이 하는 줄넘기 기술도 따라 하며 본인들만의 방법으로 이 분위기에 적응한듯했다. 그런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혼자 긴장하고 있는 내가 우스워 보이기도 했다. 긴장한 아이들 긴장을 풀어주긴커녕 내가 긴장해서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있으니 웃길 수밖에, 정신 바짝 차리고 아이들 응시 번호를 다시 확인하고 들어가기 전에 배 번호를 붙여야 하니 두 손에 번호표 꼭 들고, 아이들과 시험 종목을 하나하나 다시 연습을 했다. 한참 그렇게 연습을 하고 있다 보니 이제 시험 시간이 다 되어 심사위원님께서 시험장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배 번호표를 꾹, 꾹 눌러 붙여주며 "혹시라도 떨어지면 우선 신경 쓰지 말고, 시험에 집중해 알겠지?"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시험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험장 분위기는 태권도 품 심사장과는 사뭇 달랐다. 학부모님이 더욱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었고, 지도자는 아이들이 시험 보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줄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고, 응원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을 시작하기 전 심사위원 소개를 하고 난 뒤 아이들 자격증에 관해, 시험에 관해 짧게 설명을 해주셨다. "주니어 자격증을 취득 후 만 18세 이상이 되면 지도자 자격증으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 후에는 학교 방과후 강사, 센터 강사, 줄넘기 학원 강사 등 줄넘기와 관련된 체육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아이들이 오늘 여기서 실수를 하더라도 바로 탈락하는 게 아니라, 각 체육관 또는 센터에 돌아가서 아이들이 성공하는 영상을 보내주시면 채점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다. 혹시라도 긴장해서 잘 하던 기술도 계속 실패를 하면 어쩌나 했는데, 아이들 시험이기에 어느 정도의 대처방안이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한결 더 편해진 마음으로 시험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얘기를 들은 시험장의 많은 아이들의 얼굴에 가득했던 걱정과 긴장감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듯했다.
시험이 시작되고, 번호 순서대로 20명 이내의 아이들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아이들이 줄넘기 종목을 하나하나 성공할 때마다 학부모님들은 박수를 쳐주셨고, 기술에 실패해서 다시 하는 아이들에게는 큰 응원을 보내주셨다.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긴장감과 걱정이 앞서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하다 보면 자연스레 실수가 많아지는 건 당연하다. 어른들도 그런데 아이들이라고 오죽할까? 나조차도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시험을 최대한 안 보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모두가 응원해 주고, 박수 쳐주는 곳이라면 그 긴장감이 덜해 시험을 보러 오고 싶을 것 같았다. 한참 박수와 응원이 가득하던 시험장에 갑자기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한다. 그 환호성의 크기만큼 나와 아이들의 눈도 한껏 커졌다. 줄넘기를 하면서 내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소리인 '이게 줄넘기라고?'가 또 나와버렸다. '주니어 마스터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주니어 자격증 중에 가장 높고 시험 난이도도 가장 어렵다는 설명과 함께 시작된 시험은 그저 환호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처음 시작은 평범했다. 그저 우리가 뛰는 기본 스텝을 엇걸어 풀어로 뛰고 있는 거다 보니 우리끼리도 "우리도 할 수 있겠다. 그치??"라며 떠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우리 입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갑자기 3중 뛰기를 뛰고, 멀티플 연결이라며 스윙과 크로스 오픈을 한 번에 하며 3중 크로스 기술을 연결하고, 심사위원님의 "릴리즈 2회전 이상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줄넘기를 넘다가 하나의 손잡이를 던져 돌리며 다시 잡기도 하고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큰 환호성이 터진 종목은 '파워' 동작이었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줄넘기를 버피 테스트를 하면서 넘고 물구나무를 서면서 넘을 거란 걸 말이다. 심사위원님이 "푸시업 1회 시작" 하니 버피 테스트하듯이 내려가서 올라오면서 줄을 넘고, :프로그 1회 시작"이라 하니 양발모아를 넘던 아이가 물구나무를 섰다가 내려오면서 줄을 넘었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도 할 수 있겠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가 되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마지막 종목인 '창작음악줄넘기' 순서가 있다고 해서 다시 또 우린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시험을 보는 아이가 직접 만들어서 시험을 본다는 설명과 함께 음악이 시작되고 물구나무를 서던 아이는 춤을 추듯이 줄넘기를 하기 시작했다. 줄을 넘고, 던지고, 감고, 돌리고를 반복하는데 음악의 분위기와 가사, 안무에 맞춰 하다 보니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넋을 놓고 보니 어느새 음악줄넘기는 끝나고 지금까지 중에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시험은 마무리가 됐다.
아이들도 시험을 잘 봤다. 실수한 것도 없었고, 자세도 이뻤고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시험장에서 본 줄넘기의 또 다른 모습에 아이들의 눈은 다시 열정으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학원에 가면 이거 연습해 보자, 저거 연습해 보자 종알종알 거리는 아이들 옆에서 나는 걱정이 피어나고 있는데, 지금 이 아이들은 내 눈에 쌓은 고민과 걱정은 안중에도 없었다. 가르쳐 주려면 내가 먼저 해야 하는데, 내가 물구나무를 서야 한다니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태권도를 그렇게 오래 했어도 체조는 정말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 산 넘어 산이라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줄넘기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건지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그래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줄넘기가 좋다고 얘기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주먹 꽉 쥐고 해보는 수밖에! 앞으로 어떤 줄넘기로 아이들과 어떤 추억이 생겨날지 또 다른 아이들의 시험은 어떨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첫 시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