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어디까지 돌려야 하나?
"언니 곧 결혼한다며! 축하해!! 나도 초대해줘~ 언니 결혼식 가고 싶어!!!"
어쩜. 이렇게 반갑고 고마운 연락이 또 있을까.
결혼이란 끝없는 선택의 연속.
누구랑 할지, 어디서 할지, 언제 할지, 뭘 입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이토록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자신의 취향을 고민하고 또 알아가며 선택에 선택을 거쳐야만 완성되는 큰 그림 같은 것.
그 가운데 으뜸 고민은 단연 ‘청첩장, 어디까지 돌려야 하는가?’가 아닐까 싶은데..
나 살아온 인생 돌아보며 진지한 자세로 인간관계 점검에 돌입했을 때,
선뜻 먼저 연락을 주는 친구가 있다면 어찌 고맙지 않으랴.
결혼식을 먼저 마친 선배들이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꼭 하는 얘기 중 하나가
'결혼식으로 인간관계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인생의 큰 일을 치르면 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명히 골라내는 계기가 된다고.
꼭 오리라 굳게 믿었던 친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섭섭하고,
어라? 얘가 왔네? 하는 의외의 인물이 그 자리를 대신 참석한다는 얘기 또한 많이 들었다.
어쨌거나 오고 안 오고는 참석자의 자유니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못되지만
누구누구를 초대할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니 충분한 심사가 필요했다.
일단 죽마고우, 영혼의 단짝, 왕래가 잦은 친한 사람, 꼭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 안 오면 무지하게 섭섭할 것 같은 사람은 다 청첩장을 나누어준다.
그래, 여기까지는 쉽다.
진짜 고민은 여기서부터다.
애매하게 연락이 닿는 사람, 이전엔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해진 관계들..
오랜만에 연락해서 결혼소식을 알리자니 축의금 뜯어내려고 그러나 의심받을 것만 같고,
그렇다고 조용히 넘어가자니 나중에 알게 되면 왜 내게 결혼소식도 안 알렸냐며 섭섭해할 것도 같은.
그중에서도 특히 내가 그 사람 결혼식에 참석했으니까
그 사람도 응당 내 결혼식에 참석하라고 당연스레 청첩장을 보내기엔 왠지 계산적으로 보일 것만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의 부류.
(기혼자라면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아, 청첩장을 줘? 말아?
하루에도 수차례 고민하며 한숨이 깊어지는 사이, 오늘! 내 결혼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해서 결혼식에 초대해 달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저 고맙고 또 고마워서 이 감정을 글에 새긴다.
(사실 그녀는 나의 심사숙고한 명단에 들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날 생각해 와 준다면 그저 감사할 일이지.)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진 그대로 축하인사마저 러블리하게 건네준 그녀에게.
고마워서라도 내 밥을 사지 아니할 수가 없고, 만에 하나 결혼식에 참석지 못한다 하여도 괜찮다.
오랜만에 얼굴 보고 덕담이라도 꼭 나누고 싶다.
와준다는 말만으로도 고맙다, 고마워!
살다 보면 이렇듯 어느 순간에 선뜻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더러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몰랐지만 은은하게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고. 알고 나면 그제야 보이지만, 그 빛이 나를 환히 밝혀주고 있더라.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받는 감동은 늘 배가 된다.
오늘 하루 감사함을 선물해 준 그녀에게 다시 한번 고맙단 말을 하고 싶고.
또 나 역시 그녀에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두 배의 감동을 건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