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외의 지점 및 산악지대는 무허가 통행금지며, 들어간 자는 이유 불문하고 폭도로 간주한다. 중산간 주민들이 무장대의 가담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집단 이주를 명령한다. 또한, 무장대의 보급 차단을 위해 마을을 불태운다. 돼지를 길러야 했던 사람들, 늙은 부모님을 모셔야 했던 사람들, 이동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모두 총살 한다.
그 해, 1948년 11월 17일 제주에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제주는 긴 겨울을 맞이한다.
그 시기 같은 민족에 의해 거주민이었던 사람들은 산으로, 동굴로 살아남기 위해 도망쳤다. 제주는 국권을 다시 찾았던 광복절 이후에도 육지가 아니라서 일본의 억압에 자유롭지 못했다.
대한민국에 있었던 아픈 역사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제주 4.3이 조명 받지 못했던 것은 정부의 잘못이다.
아프고 불편한 역사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 기억으로부터 우리는 역사적 잘못을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 제주는 겨울이었다. 지금이라도 봄이 왔을까.
제주 4.3은 민주항쟁만큼 알려져야 한다.
2. 애국
영화제목인 지슬은 제주 방언으로 감자라는 의미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피난처였던 동굴 속에서도 일상의 이야기를 희망하며, 감자를 먹는다. 감자는 피난처에서도 손쉽게 가져올 수 있는 비상식량이었다.
비상식량인 감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일상이었고, 그들이 말하는 삶도 어제까지는 일상이었다. 살던 곳이 바뀌었을 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슬프다. 곧 아무 일 없이 나갈 수 있을 거라면서 서로의 삶을 확인시킨다.
일상은 삶과 끊을 수 없는 끈이다. 그들은 일상을 돌보며, 특별한 일 없이 살아갔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국가나 큰 이념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사람들 간의 관계, 마을 어른을 모시는 것, 어린아이들이 잘 커 나가는 것들의 일상, 특별할 것 없는 인생들이지만 그런대로 잘 먹고 잘사는 인생, 그리고 제주도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 적응해 나가며 살아갈 오랜 관습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특별한 애국 없이도 잘 살아갈 사람들이었다.
영화는 두 곳의 시선을 동시에 조명한다. 군인들의 시선에서 마을 사람들을 쫓는다. 그들은 선과 악으로 구분된다면 악에 가깝다. 빨갱이라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이는 군인은 악이다. 반면, 죄 없는 사람들임을 알고 있는 군인도 있다. 그들은 악은 아니지만, 선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든 그들은 악이 될 수 있는 경계선에 있다. 그때의 명령은 폭도들을 총살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군인이었고 명령에 폭도를 죽여야 한다.
그러니까 늙은 사람들, 여자들, 아이들 그 사람들이 폭도여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을 죽일 수 있으니까. 자신은 명령을 받들고 그들을 죽임으로써 애국을 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애국이라는 감정이 폭력적이란 것을 무서움을 보여준다.
모든 행동에 정당함이 부여된다. 단지 명령을 수행한 것뿐이다.
나는 영웅이 있는 영화가 좋지만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그린 영화에는 보통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영화를 좋아한다.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영웅은 없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 하는 마음을 가진 보통 사람들 모두가 영웅이었다.
모두가 그래야 했던 시대에 그래야만 살아남던 시대였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다.
현대사의 애국은 죄 없는 사람을 죽였고, 자유를 위한 사람의 정의로운 외침은 죽임을 당했다.
3. 영화 ‘지슬2, 끝나지 않는 세월’
흑백 영화, 알아듣지 못 할 제주 방언의 한국어 자막, 불편한 역사, 비극적 이야기, 잔인한 장면과 욕설, 느린 이야기 전개, 잘 생기고 예쁜 배우 없는 스크린, 광기 어린 군인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 영화. 어느 하나도 영화로서의 매력이 없는 재미 없는 영화다.
세세히 들여다보면 슬픈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을 담은 의미들, 의미심장한 대사, 심지어 복선이 될 장면들까지도 어느 하나도 놓칠 부분이 없는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해준다.
정권이 바뀌며 제주 4.3이 재조명되어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그때의 역사를 공감하고 슬퍼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이런 역사를 이용해 돈을 벌 것이고, 일부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도 아니면서, 제주를 더 의미 있게 기억할 것이다.
아니면 아직도 몇몇 사람들에겐 그들이 빨갱이일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열쇠를 줬다. 우리는 이 열쇠로 기억해야 할 것을 하나씩 열어야 한다. 불편하고, 두려워서 외면해도 된다. 역사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언제까지나 거기에 있다.
일부 사람들은 제주 4.3의 군인처럼 악마 같은 역사의 시대에 살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천사처럼 살아갈 것이다. 지금도 주위에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벌주자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그들이 역사를 증언하고, 사과해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래서 그때의 정부가 나빴고, 숨기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지금의 한국은 그들에게서 지켜낸 피로써 지킨 민주주의다.
그래서 가능한 문을 열어 보고 싶다고 스스로 대답하게 되는 비참하고 불편한 현실, 그런 역사를 그린 지슬2, 끝나지 않는 세월을 아낌 없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