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반복, 그리고 우연 ‘패터슨’

시가 일상이 될 때 아하

by 성운

패터슨 시에 사는 시를 쓰는 패터슨은 일상을 반복한다.

이 일상의 반복이 영화의 주된 내용인데 큰 사건이나 갈등이 없다. 그저 일상에서 시간이 흐르는 데로 여러 사람의 일상을 훔쳐보는 느낌을 가진다.

왜냐면 패터슨이 너무나 일상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가 마주치는 사람들 또한 평범한 일상을 산다. 영화는 패터슨의 일주일을 담는다. 그래도 영화니까 극적인 사건은 아니더라도,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에게 몇 개의 우연과 몇 개의 사건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러한 점이 단지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속에서도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습으로부터 공감을 자아내고, 유럽의 어느 골목, 도시의 풍경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영화는 감독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재와 장면들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반복하지만, 영화 패터슨은 일상을 그리면서, 몇 가지의 우연을 심어 많은 사람에게 시적 영감을 주었다.

일상은 익숙해서 크고 단조롭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출근한다.

늘 같은 정류장을 들리는 버스에는 늘 같은 장소에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런 일상에선 우연의 확률은 기적과 가깝다.

만약 주인공이 솔로였다면, 이상형에 가까운 이성을 만났거나, 매력 있는 이성과의 우연적인 사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겠지만, 주인공 패터슨은 성실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며, 아내만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에게 변수가 있는 일들은 대부분 집에 있다.

그가 사랑하는 아내는 하고 싶은게 많아서 그녀를 응원하며, 불독은 사랑하는 부부의 모습을 질투한다.

패터슨이 거리에 나오는 순간에 영화는 사람이 좋다 같은 다큐멘터리가 된다.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은 패터슨 시의 버스 드라이버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매일 아침 출근길에 시를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읊고 버스를 운행하기 전 시를 쓴다.

같은 장소로 출퇴근하니까 풍경의 반복, 같은 시를 계속 퇴고하니까 똑같은 독백의 반복들로 채워지는 순간에 만약 반복되는 순간에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때가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큰 반복들은 단조롭지만, 자세히 보면 정말 다르다.

우리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깨지만 조금씩 다른 시간으로 일어날 것이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매일 있지만 모두 다르며, 벤치에 휴식하는 사람들, 점심시간의 식사, 저녁 시간의 술 한잔 이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하루를 정리할 때 쓸 이야기가 없는 것은 그런 소소한 것들을 놓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근길의 풍경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버스에 타는 사람들도 다르다. 점심은 날마다 다르고, 술집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들로 채워진 풍경이 된다.

그때 나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과 감정, 주변으로 받은 영감으로 채워진 문장을 패터슨은 시로 표현한다.

패터슨의 가장 유명한 장면인 아침 햇살이 비친 남녀가 누워 있는 장면, 이 장면이 영화 패터슨에게 무슨 의미인지 감독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맡겼다. 영화는 잠이 깬 패터슨으로 시작한다. 매일 아침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는 패터슨은 사랑스러운 아내가 자는 모습을 본다. 그녀는 잠에 취한 달콤한 목소리로 매일 그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시를 쓰는 패터슨은 아마도 긍정적인 영감을 받을 것이다. 짧은 대화 시간임에도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와 그녀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도 쓰고 시도 쓰고 그랬나보다. 패터슨의 시는 아내를 위한 것이다. 그녀는 그의 시를 특별히 사랑하고 아껴 한다.

그는 특별히 사랑하는 그녀에게 시를 보여준다. 그뿐이다.

영화 동주에서 비슷한 장면이 떠오르는데, 자신만의 시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아마 더 인정받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는 듯하다.

시가 주는 힘이 있다면 일상의 표현을 다채롭게 하여 많은 사람에게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가 사실 재밌는 소재가 아님에도 이 영화의 힘은 시를 사랑하는 감독의 마음이며,

감독은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를 인용했다.

그냥 이 말 하려고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그 자두

내가 먹었어

냉장고 안에

있던 거

아마도

아침에 먹으러

당신이

남겨둔 거

용서해줘

맛있었어

아주 달고

아주 차가웠어

어쩌면 놀리는 것 같은 이 시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은유적이고 장난스러운 사랑의 표현을 담은 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 것이다.

일상에서 운율과 함축된 표현을 담는 순간 시가 되는데,

영화처럼 이런 마음 하나 살짝 담아서 시 쓰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였다.

리뷰를 쓸 때는 몰랐는데 이 시적인 가진 이 영화에 대해서 쓸 말이 이보다 더 많다는 점에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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