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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May 03. 2024

우리가 만나



-신도림역에서 만나


 정은 희연의 메시지를 받고 의아했다. 서울에 온 이 후 신도림은 한 번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희연조차도 신도림역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은 네이버지도를 봤다. 신도림역에는 많은 것들이 모여 있었다. 디큐브시티가 있고, 도림천과 안양천, 또는 공원들. 아니면 맛집들까지.

정은 희연과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나왔기 때문에, 정은 조금 더 희연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터역에서 만나서 같이 가면 안돼? 그리고 거기는 내가 사는 곳과 반대에 있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연은 단호한 말투로 신도림역을 강조했고, 정은 그런 희연에게 그럼 신도림역에서 만나라고 말하며 희연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다. 


이해를 노력하는 일. 


 정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우리가 서로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라는 말을 희연에게 들었던 날부터 정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 말을 잊지 못했다. 티브이 속 예능에서 하나 둘 셋 하면 같은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어도, 같은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식, 중식 이런 것도 아닌 그저 식사라는 거대한 카테고리라도.

희연은 정이 떠나자, 우주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라 말했다. 정은 너무나 낭만적인 말인 것 같다고 느꼈지만 희연은 비참하단 말을 했다. 어느덧 정은 희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의 연장을 원하지 않았다. 촛불이 타 들어가는 것이 이렇게도 쉽지만 꺼지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해야 하는 과제였다. 


-예전에 온 적이 있는 것 같아.


 정은 낯선 신도림역처럼 희연 역시 문득 낯설다고 느꼈다. 온 적이 있는 것 같다는 희연의 말에 무엇을 말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정은 희연에게 자신이 하는 말이 마지막 말이 되면 그 말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서 말을 하지 못했다. 정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 정이 희연에게 하고 싶은 말들, 그리고 그 말들로 이어질 말들까지. 걷다보니 안양천엔 벚꽃이 피어 있었다. 희연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그런 희연의 모습을 보면 정 역시 희연의 그런 모습을 찍었다.   


-정아.


 희연의 사진을 찍고 있는 정에게 희연이 다가와서 말했다.


-응?


 정은 다시 서로의 힘든 점보다는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짧은 순간에. 


-나 어디서 온 지 알아?


 뜬금없는 질문, 이 질문은 정이 좋아했던 희연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은 생각했다.


-대구에서 왔잖아.


 서부정류장, 정은 첫 만남을 서부정류장으로부터 시작했다. 서쪽에 있지 않은 서부정류장, 서부정류장 가까운 거리에는 두류공원이 있었다. 


-미래에서 온 거야.


 희연이 말했다.


-무슨 미래?


 정은 희연의 상상력을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은 생각했다.


-누가 과거 한 시점을 선택하래. 나는 너와의 마지막을 선택한 거야. 여기서 헤어지자고 말하려고.


 정은 희연이 말한 것이 들리지 않았다. 헤어지자라는 말만 정확한 발음으로 귀에 맴돌았다.


-이별의 방법이 신선하네. 너는 나와 만나는 내내 이랬어. 나는 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정은 말했다.


-이기적이지? 혹시라도 나를 잊었을까 봐.


 정말 미래에서 온 사람처럼 과거형으로 말하는 희연이었다.


-과거의 한 시점으로 와야 하는데 그게 너에겐 이 시점이었어?


 다시 정은 말했다.


-응. 왜인지는 모르겠어.


 희연의 말을 듣고 정은 이제 정말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너라면 우리가 만나기 직전으로 돌아갈 거야. 


 그리고 정은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시작하는 건 변함없지 않을까?


 정이 일어섰다. 이상하게도 원래 있었던 일인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눈을 뜨니 아무도 없는 내 방이었다. 나는 꿈이었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을. 응. 이따 봐라고 말한 희연과의 약속장소는 고속터미널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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