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풀마라톤을 도전했을 때였다. 풀마라톤을 신청하고 연습은 하지 않았는데, 그건 어차피 뛸 수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내 마음은 그동안 하프는 완주했으니까, 어디까지 뛸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8 jtbc를 신청한 뒤, 별 다른 연습도 없이 모임에서 안 동생과 함께 뛰었다. 그도 사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초반부터 치고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뛰었지만, 간간이 오버페이스가 되기도 하면서 달렸던 것 같다. (내 전성기이기도 하다.)
꽤 순조로웠다. 21km를 지나도 달릴만해서, 그동안 하프마라톤을 몇 번 달렸다고 꽤 적응한 건가 싶기도 했고, 또 21km부터는 이제 새로운 테스트를 하는 것이기도 해서 이제부터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달렸다. 첫 번째 고비는 24km였는데 사실상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기도 했다. (아마 이쯤 지쳐 걷는 그를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28km까지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발목과 무릎이 아작 났구나 싶었을 때, 컷오프된 주자들을 위한 후송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렇게 마라톤 도전기가 끝이 나는구나 싶어서 씁쓸했고,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어서 위안되기도 했다.
두 번째 풀마라톤은 2019 jtbc였고 32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이 때도 별도의 연습은 하지 않고 뛰었는데, 28km를 경험해서 그런지 그나마 28km까진 무리가 되지 않았으나, 28km를 넘으면서 갑자기 찾아오는 한계에 다시 후송버스에 몸을 실었다.
세 번째 풀마라톤은 2020 어느 마라톤대회였는데, 이 마라톤대회는 도로통제가 없어서 별도의 컷오프는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달리기 경험을 통해 완주를 하자가 목표였다. 이 역시 첫 번째 마라톤대회를 참가한 그와 함께 참가했다. 이때도 한계는 28km, 32km에서 차례대로 나왔다. 이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건 에너지젤이었다. 나는 4개의 에너지젤을 힘들 때마다 먹었고 (그건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 32km를 지나서도 무릎은 아프지만 뛸 만하다고 생각을 해서 뛰었지만, 35km쯤 정말 한계가 왔을 때 지쳐서 걷던 그가 보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쳤는데, 거짓말처럼 다시 뛸 수 있어서 40km까지 뛰었지만, 그때의 내 발은 걷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러 뛸 수 없었다. 시간은 4시간을 넘어 5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는 나를 추월했는데, 방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몸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걷는 것을 선택했다. 결국 완주는 끝까지 뛰지 못한 채 불명예스러운 완주를 했는데 기록은 4시간대라고 할 수 없이 빼박 5시간으로 기록되었다.
이렇게 내 풀마라톤 도전기는 끝이 났고, 그 후로 자연스러운 내 목표는 컷오프 없는 마라톤대회에서 4시간대 완주가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달리기를 하지 않아 이 목표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