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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pr 14. 2022

우울해지면 쿠키를 털어 넣는다

우울함을 이기는 방법


나도 몰랐는데, 나는 수시로 우울함을 느낀다.

참 슬프게도 내 우울함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어쩌면 그 우울함이 조금씩 오고 있었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일지 모른다.


하나의 우울함을 견디다 보면 다른 우울함이 더해지고 또 다른 우울함이 더해진다. 그 덩어리는 그렇게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쓰나미처럼 몰아친다.


우울함은 곧 내 세포 깊숙이 침투해 슬픔을 가져온다. 슬픔이 차올라 눈앞을 가린다. 쓱 닦아대고 또 쓱 닦아낸다. 차오르는 것을 막아내지 않으면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아서 다시 또 닦아낸다.


되겠다 싶어 쿠키를 꺼내 든다. 손으로 살짝 부셔가며 아무 생각 없이 씹는다. 목이 막힌다. 커피를 타 온다. 다시 먹는다. 덩어리를 다 먹으면 부스러기가 남는다. 봉지째 들고 입에 탈탈 털어 넣는다. 그런다고 내 슬픔이 쿠키처럼 달콤해지진 겠지만 눌러 내릴 수는 있지 않을까 하며.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어떻게서든 그래야겠다고 생각한다.


TV를 다. 예능프로그램을 찾는다. 평소에 보지도 않던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멍하니 다. 그들이 웃을 때마다 따라 웃는다. 웃긴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웃는다.


이깟 우울함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게 주문을 건다. 나뿐 아니라 누구나 이런 기분에 무너진다고 나를 위로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곧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인다.


노래를 다. 하필 노랫말이 나를 미치게 한다. 차오르는 것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된다.


사실 나는 울고 싶다. 매일 그렇다. 참는 것은 그만하고 싶다. 내가 삼켜버린 슬픔이 터져 나오게 내버려 두고 싶다.

쿠키를 입에 털어 넣는 것 대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웃어대는 것 대신, 노래를 들으며 삼키는 것 대신 그냥 울고 싶다.  


울어버리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아 두렵다. 어떻게 해서든 붙잡고 있자고 다짐한다. 이를 악 물고 버텨낸다.


결국 내가 이 그지 같은 우울함을 감당하는 방법은 참아내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 언젠간 지독한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을까. 당당히 그것에 내 깃발을 꽂아 세울 수 있을까.


그래서 또 쿠키를 씹는다.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노래를 듣는다. 내게 쉴 새 없이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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