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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01. 2024

중요한 건 꺾여도 즐겁게 하는 마음

뭐든 될 수 있는 가능성

초6이 되는 큰 아이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6급에 합격했다. 시험 결과가 60점 이상일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장 낮은 등급이지만 아이에게도 내게도 1급 못지않은 가치가 있다.



한국사는 아이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과목이다. 한국사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가르칠 정도로 잘 알고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보고 싶다고 아이가 먼저 원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아이는 두 번째 도전에서 드디어 6급 합격증을 받았다.


아이는 어떤 기억나지 않는 계기로 한국사를 좋아하게 됐고, 관련된 책들을 즐겨 봤고, 존경하는 한국사 선생님의 강의에도 찾아갔다. 그동안 어떤 분야에도 이렇게 정성을 쏟은 적이 없기에 아이의 모습이 놀라웠다. 학교 수업에 적극 참여해 수시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그건 곧 아이의 자존감이었다.


"엄마. 나 이번엔 꼭 합격할 거야!"


"그래? 그거 엄청 어렵던데? 공부는 좀 했어?"


"어. 책도 보고 문제집도 풀고. 큰 별샘 강의도 봤지."


"근데 만약에 이번에도 떨어지면 어쩌지?"


"다음에 다시 도전하면 되지. 근데 이번엔 꼭 딸 거야."


"그래. 네가 즐겁게 준비하는 것 같아서 엄마도 기대가 된다~."


꼭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급수를 따고 싶어 부단히 노력했다. 나조차 어려운 문제들을 척척 풀어냈다.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었는데 점점 발전하는 게 보였다. 느낌이 좋았다.


겨우 6급, 가장 낮은 등급이어도 아이는 스스로 계획하고 도전해서 이뤘다는 굉장한 성취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자신감도 손에 쥐었겠지. 그건 스스로 이뤄낸 경험이 부족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이었다. 덕분에 "다음엔 1급에 도전할 거야"라며 각오를 다지는 아이는 그 어떤 때보다 반짝였다.


아이를 보며 '커서 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나'라며 한숨 쉬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합격했다고 신이 나서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는 아이를 보니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겁게 도전하고 노력한다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이 느껴졌다. 



Image by Duckleap Free Resources from Pixabay


아이에겐 아직 뚜렷한 꿈이 없다. 어떤 날엔 큰별샘 같은 한국사 선생님이 되고 싶고, 어떤 날엔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 또 어떤 날엔 컴퓨터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가 프로 게이머도 되고 싶다. 무엇이 되면 좋을지 모르겠는 날들도 있다.


아이가 앞으로 어떤 꿈을 갖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꿈은 더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면서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열세 살 아이에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다만, 언제든 꿈을 찾는다면 노력 끝에 얻어낸 한국사 급수 인증서처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순탄치 않더라도 즐겁게 영위하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마음만은 기억하길, 엄마로서 바랄 뿐이다.


아이는 다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는 심화 시험을 치뤄 1급을 따겠다고 한다. 세계사 공부도 같이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어떤 이의 말처럼 꺾이더라도 즐겁게 계속 해나갈 아이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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