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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Feb 15. 2024

내가 나로 인정받고 싶은 것처럼

너를 너로 인정하는 것

저 아이는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아마도 최근 들어 아이를 보며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일 것이다. 공부하는 태도나 기본 생활습관 등등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나와 다른 성별

나와 다른 취향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태도

나와 다른 세계


흔히 '옆집 아이 보듯 하면 편하다'라고 하지만 계속 같은 공간에서 눈앞에 보이는 아이를 옆집 아이로 생각한다는 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Image by Piyapong Saydaung from Pixabay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서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다시 보고 있는데 윤가은 영화감독의 추천사가 유독 마음에 닿았다.


어린이를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은 결국 우리 안에 오랫동안 꽁꽁 숨겨 둔 가장 작고 여린 마음들을 다시 꺼내 들여다보고 천천히 헤아리는 시간이다.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와 마음,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해 있다.


그렇다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내 내면을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걸까.  


한 때 나를 불편하게 했던 남편의 시선과 말투, 행동이 떠올랐다. 세상 한심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과 말하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한 말투와 행동. 그래서 늘 혼자 상처받던 나. 아이들 앞에서 굳이 다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억눌러왔던 감정이었다. 나는 나인데 나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이라 느껴졌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잘못된 건 아닌데 남편은 마치 내가 큰 잘못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군다고. 그래서 당시 남편의 말들은 상당수 내게 비수가 됐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들이 바로 그것이다. 남편이 내게 비수를 꽂은 말들.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아이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나는 나이고 싶었다. 어떤 조건도 없이 나로서 인정받고 싶었다. 아이 역시 그런 마음이겠지. 


그동안 아이를 어떤 시선으로 봐왔는지 돌아본다. 나의 아바타로 대하진 않았을까. 내 부족함이나 욕심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하진 않았을까.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어서

나와 같은 태도가 아니어서

나와 같은 세계가 아니어서


내가 나와 다른 아이를 못마땅해하듯 아이 역시 나를 답답했으려나.


Image by cromaconceptovisual from Pixabay


똑똑똑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두드린다. 어떻게 하면 그 안을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아직은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원했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무엇을 하든 따뜻하게 바라봐야지. 맘에 들지 않아도 한숨 쉬지 않아야지. 어떤 이야기든 잘 듣고 공감해 줘야지. 나와 다르지만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아이, 나와 다르지만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아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야지.


일단 내일 하루라도 요구나 훈계, 지시 없는 날을 보내볼 생각이다. 내 작은 노력과 변화로 조금씩 아이의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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