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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의 위력

10년 후엔 소주 한 잔 하자

by 이니슨

친구들과 속상한 일이 있었다며 1호가 울상이다.

옆에 있던 2호도 끼어들어 자신의 속상함을 재잘재잘 펼친다.


에구구.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냉장고를 열어 야쿠르트 세 병을 꺼냈다.



자, 야쿠르트 한 잔 하면서 털어내자.



야쿠르트 세 병이 경쾌하게 부딪혔다.

2호는 야쿠르트 한 모금에 콧잔등을 찌푸린다.

캬~


어쭈~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별 것 아닌 것에 한바탕 웃고 나니
줄어드는 야쿠르트처럼
맘 속 서운함도 조금은 비워졌단다.

그래.
우리 삶이 어떻게 매번 꽃길이겠니.
진흙길이나 자갈밭일 땐
이렇게 야쿠르트나 한 잔 하자.

호로록 비워버리자.





오랜만에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한동안 아이 키우는 일을 기록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나라는 본체 없이 아이 엄마로만 사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했고,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면서 뭘 글로 쓸 수 있나 하는 생각에 감히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습니다. 엄마라는 역할 앞에서 세차게 폭풍우를 맞다가 고맙게도 반짝 해가 뜰 때가 있어서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짧게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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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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