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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Sep 18. 2024

마흔이기에 가능한 간절함

짜릿한 도전과 배움

오케스트라 모임 첫날. 선생님께 악보를 받는 마음엔 설렘과 비장함이 뒤섞여있었다. 


오랜만의 도전과 배움이 몹시도 짜릿했다. 돌아오는 길은 풍선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듯했다. 아이를 키우며 잊었던 감정이 몽글몽글 간지럽혔다. 잃었던 시간이기에  더 소중한 기회,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만 한다. 동기가 분명한 시작이었다.

딸아이의 바이올린 교본 @이니슨


첫날 배운 것은 개방현(아무 도 누르지 않은 상태)을 기준으로 각 현의 이름과 계이름을 익히는 이었. 가장 굵은 G현부터 가장 얇은 E현까지. 활을 들고 각 현만을 그어 위치와 소리를 익히는 것이다. 그 이후엔 각 현의 음을 운지하며 계이름에 맞춰 소리 내는 연습을 한다. 일반적인 레슨과는 다르기 때문에 지휘 선생님이 한 번씩 다니시면서 기본을 알려주시면 그 이후는 개인의 몫이다. 


활을 움직이는 대로 소리가 나는 게 신기했다. 한편으론 활의 각도와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게 민망하면서 두려웠다. 


정해진 경로를 아주 살짝만 이탈해도 문제가 되는 건 꼭 지난날의 나를 닮다. 정해놓은 기준을 벗어나면 초조했던 과거의 나. 소위 FM이라 표현하는 나의 성격은 타인에게 때로는 신뢰를 줬고 때로는 답답함을 줬다. 그중 '사람이 좀 유연해야 하지 않냐!'며 나를 숨 막혀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바이올린은 오히려 FM이어야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것 같았다. 생명이 없는 악기에게서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다. 덕분에 더 열심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슴이 뛰었다.




DEEP 회원들은 실력에 따라 앙상블 연주가 가능한 '앙상블 팀'과 그렇지 못한 '새싹 팀'으로 나뉜다. 나와 함께 시작한 신입회원 중 약 1년 간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던 1인을 제외한 네 명이 새싹 팀이었다.


새싹 팀이 겨우 겨우 한 음씩 소리를 내고 있을 때 앙상블 팀은 현란한 기교로 음악을 연주했다. 바로 몇 주 뒤에 있을 주민을 위한 음악회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 받은 악보 앞에서도 거침없이 활을 움직이는 그들에게선 후광이 비쳤다. 아름다운 모습과 소리였다.


빨리 앙상블 팀에 들어가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서 가장 먼저 앙상블 팀이 되고 말겠다는,  근거 같은 건 없지만 꼭 이뤄낼 목표.


목적지가 확실하니 이젠 열심히 달릴 차례다.

'연습만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 예습이라도 하자!!' 집에 돌아와 악보는 받았지만 배우지 않은  연습에 열을 올렸다. 피아노를 배운 덕에 악보를 볼 줄 아는 게 도움이 됐다. 그 외의 것은 인터넷과 딸아이의 도움을 받았다. 디지만 더 많은 음을 소리 낼 수 있게 됐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확실히 나타난다는 게 이리도 신나는 일이던가. 학창 시절 이 재미를 알았더라면 서울대나 그 근처라도 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활을 움직이다보면 시간은 또 한참이나 흐른다.


@이니슨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 만큼의 간절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이든 지난 후에, 잃은 후에야 그것이 간절해지지 않나.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진 마흔이기에 그때와는 분명 다른 마음일 것이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꾸준히, 성실히 노력하고 있는 내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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