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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Dec 16. 2024

몇 푼 더 벌려다 병원비 탕진

건강 챙기면서 일합시다

어른들 "돈 한 푼 더 벌려다 몸 다치면 병원비 더 든다~. 아서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저 젊으니 걱정 마세요~'라는 마음이 컸었지.


그땐 그랬고 지금은 아니다. 몇 푼 더 벌려다 기껏 번 돈 병원비로 다 탕진하는 중이다.



오늘로 다섯 번째 한의원 치료를 받고 있다. 급하게 좀 다녔더니 무릎에 무리가 간 모양이다. 왼쪽 무릎이 뻐근한 것 같기도 하고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참고 참다 결국 한의원에 가게 된 것이다. 근육이 굳었는데 무릎 안쪽 근육은 잘 안 풀어져서 대여섯 번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무릎이 왜 이렇게 됐냐.. 한동안 짬짬이 했던 '신문배달' 때문이다. 조금만 더 바지런히 움직이면 시급이 높아지는 구조여서 단지 그러려고 했을 뿐이다. 정말 그뿐이었는데 "아서라~. 몇 푼 더 벌려다 병원비가 더 나간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몸소 증명하는 중이다.


신문배달 일신문을 각 집마다 배달하는 건 아니고 시에서 발행하는 정기 간행물이나 관내 신문사의 신문을 아파트 관리실 각 동의 지정 가판대, 엘리베이터 입구 등에 놓는 것이다. 물건을 받고 2~3일 내에만 배달을 완료하면 되는 것어서 내 시간에 맞춰 하기 편하다는 게 이 일을 선택한 이유였다. 배달한 부수별로 알바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내가 부지런히 움직이면 최저시급을 크게 웃도는 시급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맞춤형 알바라며, 이런 일을 구하게 된 걸 행운이라 생각했다. 아니다. 과거형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정해진 양을 1분이라도 빨리 마무리하려고 빠르게 걸어 다녔다. 차로 움직이면 몸이 조금은 편할 수 있겠지만 차보다는 몸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운동도 되고 겸사겸사. 일을 시작하면 3일은 하루에 평균 1만 5,000보에서 2만 보쯤 걸었다. 특히 몇 시간동안 확 몰아서. 계단도 오르내리고 언덕도 오르고.


하루는 일이 생각보다 늦어져 마음이 급다. 더 빨리, 더 힘 있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러다 삐끗. 무릎이 뒤틀리는 느낌이 조금 있었는일은 마무리해야 하고 조금 쉬면 나아질 거라고 내가 의사인 양 진단했다. 그게 문제였다. 다음 날엔 무릎 앞쪽이, 그다음 날엔 무릎 뒤쪽이 당겼다. 그 이후엔 무릎 내부가 전체적으로 부은 듯 싶거나 기름칠이 덜 된 듯 묵직하고 뻣뻣한 느낌이었다. 정형외과에 갔는데 다행히 엑스레이 상으로는 이상이 없었다.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더니 낫는 듯 했다. 하지만 곧 비슷한 증상이 지속됐다.


그러다 한의원까지 찾게 된 것이다. 침을 맞으면 좀 더 빨리 낫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40여 분이 소요되고 치료비로는 1만 2,000~1만 3,000원 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병원비 아끼려다 나이 더 먹고 고생할까 봐 일단은 계속 치료를 받고 있지만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속이 쓰리다.


AI 이미지


왼쪽 무릎엔 오늘 맞고 온 침의 흔적이 남아있다. 볼 때마다 '그러게 몇 푼 더 벌려고 오버하더니 이게 뭔 꼴이냐~'는 마음이다.


일을 하는 건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유익하다고 믿는다. 아이들 키우고 살림만 하다 보니 피폐해지는 나를 여러 번 마주하기에.  단, 돈만 좇느라 더 중요한 것을 잃지는 않았으면 한다. 정말 병원비로 더 큰돈을 쓰게 될 수 있다.


'나는 아직 젊어서 괜찮아'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오산이다. 일단 마흔을 넘어서며 우리는 몸의 이곳저곳이 조금씩 망가지고 있음을 느끼지 않가. 강제로 나이를 체감하게 된다.


물론 무슨 일이든 무조건 해서 돈을 벌어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틈틈이 스트레칭이나 질 높은 수면 등을 챙겨 몸과 마음의 긴장이라도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푼 더 벌려다 병원비 더 든다는 말에 콧방귀 뀌었는데 무릎으로 고생하고 나니 확실히 알겠다. 이젠 젊다고 큰 소리 칠 나이는 아니라는 것. 본격적으로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라는 것.


100세 시대, 모두가 건강히 나이 들어 건강한 할머니 할아버지로 노년을 즐길 수 있길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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